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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레스토랑, 혹시 '공간' 때문에 손님을 놓치고 있진 않나요?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09-19 20:44:54
  • 수정 2025-09-25 15: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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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님을 감시자로 만드는 ‘광장 공포증’ 유발 공간
  •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경험적 편평족’ 공간

[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여기, 잠 못 이루는 한 식당 사장님이 있습니다. 그의 하소연을 한번 들어보시죠. “정말 미치겠습니다. 식재료는 누구보다 좋은 걸 쓰고, 주방장 실력도 훌륭합니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SNS 마케팅에 돈도 꽤 썼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손님들이 들어왔다가도 금방 나가버립니다. 둘이 와서 메인 메뉴 하나만 시켜 먹고는 후식이나 커피는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재방문율은 처참하고요. 도대체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많은 자영업자분들이 이런 미스터리한 ‘매출 정체’라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음식 맛, 가격, 서비스, 홍보라는 네 가지 주요 항목을 엑스레이 찍듯 점검해 봐도 원인이 나오지 않습니다. 마치 원인 불명의 시름시름 앓는 환자와 같죠. 이럴 때 우리는 보통 더 좋은 식재료를 찾거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거나, 할인 이벤트를 여는 식의 처방을 내립니다. 하지만 환자는 도통 차도가 없습니다.


혹시, 우리가 가장 중요한 단서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환자의 몸속이 아니라, 환자가 누워 있는 ‘병실 환경’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오늘 저는 바로 그 ‘공간’이라는 이름의 병실을 진단하고, 당신의 레스토랑이 앓고 있는 질병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진단 1: 손님을 감시자로 만드는 ‘광장 공포증’ 유발 공간


첫 번째 질병의 이름은, 제가 이름 붙인 ‘광장 공포증 유발 공간’입니다. 증상은 이렇습니다. 손님들이 왠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고, 대화가 자주 끊기며, 식사를 서두르고, 가게에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원인은 간단합니다. 바로 생존과 직결된 ‘영역성’을 당신의 공간이 무참히 짓밟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을 가진 동물입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끊임없이 주변을 경계하며 심리적인 안전거리를 확보하려 애씁니다.


그런데 테이블을 하나라도 더 놓으려는 욕심에, 모든 좌석을 다른 모든 좌석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개방된 공간에 일렬로 배치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그곳은 식당이 아니라 ‘광장’이 됩니다. 손님들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 속에서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럼 자신을 의식하게 됩니다. 등 뒤로 다른 손님이나 직원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자리는 최악입니다. 포식자에게 등을 노출한 초식동물처럼, 무의식적인 불안감이 뇌를 지배하게 되죠.


이런 환경에서 느긋하게 추가 주문을 하고 담소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고객의 뇌는 계속해서 ‘위험하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라!’는 생존 신호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공간이 손님을 편안한 식객이 아닌, 서로를 감시하는 불안한 감시자로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진단 2: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경험적 편평족’ 공간


두 번째 질병은 ‘경험적 편평족(扁平足)’입니다. 발바닥이 편평해 걷기 힘든 편평족처럼, 공간의 경험이 아무런 입체감 없이 밋밋하다는 뜻입니다. 증상은 명확합니다. 손님들이 가게에 대해 “그냥… 괜찮았어요”라고 말합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아무런 인상도 남기지 못하는 것이죠. 당연히 재방문으로 이어질 리 없습니다.


이 병의 원인은 ‘획일성’과 ‘차별성 부재’입니다. 가게 안의 모든 테이블과 의자가 똑같고, 모든 구역의 조명이 동일하며, 어느 자리에 앉아도 보이는 풍경이 비슷합니다. 이런 공간은 고객에게 어떤 ‘특별한 경험’도 선물하지 못합니다. “어느 자리가 제일 좋은가요?”라는 질문에 “다 똑같습니다”라고 답해야 하는 공간이죠.


인간은 본능적으로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것, 조금 더 특별한 것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공간은 이러한 욕망을 자극할 그 어떤 장치도 마련해두지 않은 겁니다. 클라이맥스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밋밋하게 흘러가는 영화처럼, 고객의 기억에 그 어떤 갈고리도 걸지 못하는 공간. 이것이 바로 당신의 가게가 ‘한 번 가본 곳’ 이상이 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처방전: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공간 심리 치료


자, 진단이 끝났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 질병들이 가게를 전부 뜯어고치는 대수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간단한 ‘심리 치료’만으로도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1. ‘광장 공포증’을 위한 처방: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세우십시오.


물리적으로 벽을 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심리적 울타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첫째, 파티션이나 식물을 활용하십시오. 테이블 사이에 허리 높이의 파티션을 두거나, 키가 큰 화분을 놓는 것만으로도 좌석은 아늑한 독립 공간이 됩니다.


둘째, 조명으로 구역을 나누십시오. 전체를 대낮처럼 밝히는 대신, 각 테이블마다 은은한 펜던트 조명이나 스탠드를 두어 ‘빛의 섬’을 만드십시오. 사람들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을 볼 수는 있지만, 그 반대는 어렵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차단하고 프라이버시를 지켜줍니다.


셋째, 등받이가 높은 의자나 소파를 배치하십시오. 등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것만으로도 고객의 불안감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2. ‘경험적 편평족’을 위한 처방: 공간에 ‘주인공’을 만드십시오.


밋밋한 공간에 입체적인 스토리를 부여해야 합니다.


첫째, ‘시그니처 좌석’을 지정하십시오. 가장 전망이 좋거나, 가장 아늑한 단 하나의 좌석을 정해 ‘연인의 자리’, ‘작가의 책상’과 같은 특별한 이름을 붙이고 예약제로 운영해 보십시오. 이 좌석은 가게 전체의 격을 높이는 상징이 될 것입니다.


둘째, 단차를 활용하십시오. 일부 공간의 바닥을 10cm만 높여도 공간은 드라마틱하게 분리됩니다. 사람들은 그 ‘무대’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할 겁니다.


셋째, 다양한 형태의 가구를 섞어 쓰십시오. 2인석, 4인석, 바(Bar) 좌석, 소파 좌석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손님들이 자신의 목적에 맞게 공간을 선택하는 즐거움을 주십시오.



결론: 이제 ‘사장님’이 아닌, ‘첫 손님’의 눈으로


지금까지 우리는 매출 부진의 숨은 범인이 바로 ‘공간’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그 병명을 진단하고, 처방전까지 내려보았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관점의 전환’입니다.


매출과 효율성을 따지는 ‘사장님의 눈’을 잠시 감고, 설렘과 기대를 안고 문을 여는 ‘첫 손님의 눈’으로 당신의 공간을 다시 바라보십시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고, 계산을 하고 나가는 그 모든 여정 속에서, 당신의 공간은 과연 고객을 편안하게 하고 있는가. 특별한 기억을 선물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때, 당신의 레스토랑은 원인 불명의 병에서 벗어나 비로소 건강하고 활기찬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ikjunj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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