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자, 그렇다면 솔직해져 봅시다. 당신이 수억 원을 들여 열려는 레스토랑이 추구하는 가치가 정말 ‘구내식당의 공평함’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놀라울 만큼 자주 구내식당의 논리를 따릅니다. 공간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테이블과 의자를 최대한 빽빽하게 채워 넣는 데만 골몰합니다. 모든 손님에게 ‘공평한’ 좌석을 제공하려는 그 선한 의도는, 역설적으로 어떤 손님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주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오늘 저는 아주 도발적인 주장을 하려고 합니다. 레스토랑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손님의 지갑을 기꺼이 열게 만드는 비밀은, 평등이 아닌 ‘의도적으로 설계된 불평등’, 즉 ‘공간의 희소성’에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왜 그토록 창가나 구석 자리에 집착하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 단순히 전망이 좋아서, 혹은 조용해서일까요? 저는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원초적인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생물학자들은 이를 ‘조망과 은신(Prospect-Refuge)’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탁 트인 조망(Prospect)을 확보해 잠재적 위험을 빨리 감지하고, 동시에 등을 기댈 수 있는 안전한 은신처(Refuge)에 몸을 숨기려는 것은 생존을 위한 동물의 본능이라는 겁니다.
사바나의 사자가 가장 높은 바위 위에 올라 주변을 살피는 것이나, 우리가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보며 안정감을 느끼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맥락입니다. ‘좋은 자리’란 단순히 물리적으로 편한 곳이 아니라, 내 존재가 안전하고 통제받고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공간입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권력자들이 왜 독립된 집무실을 원하는지와도 통합니다. 프라이버시와 통제권, 그것은 인간이 공간에서 누리고자 하는 가장 값비싼 사치입니다.
손님들은 바로 이 ‘심리적 사치’에 기꺼이 돈을 지불합니다. 음식값에 이 경험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것이죠. 그러니 레스토랑 경영자가 할 일은 명확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가게 안에 이런 ‘심리적 명당’을 더 많이, 그리고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우리 가게는 작고 창문도 없어서 ‘좋은 자리’랄 게 없어요.” 이것이야말로 공간 마케팅에 대한 가장 흔한 착각입니다. 희소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입니다. 창문 하나 없이도 손님들이 ‘저 자리’를 탐내게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기술이 있습니다.
첫째, ‘경계를 통한 분리’입니다. 한남동의 중식당 ‘쥬에’는 파티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그곳의 아치형 구조물은 옆 테이블과의 시선을 차단하는 기능을 넘어, 각각의 테이블을 하나의 독립된 작품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손님은 그 프레임 안에 들어감으로써 자신이 특별한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거창한 인테리어 공사 없이도, 약간의 단차를 주거나, 바닥재를 다르게 하거나, 조명을 다르게 쓰는 것만으로도 공간의 위계는 만들어집니다.
둘째, ‘조명을 통한 집중’입니다. 무대 위의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듯, 특정 테이블에만 다른 조도를 가진 펜던트 조명을 설치해 보십시오. 그 자리는 저절로 특별한 아우라를 갖게 됩니다. 다른 테이블은 모두 은은한 간접 조명인데, 유독 한두 곳만 아름다운 직접 조명 아래 있다면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쏠리고, ‘저 자리가 상석이구나’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셋째, ‘이름을 통한 가치 부여’입니다. 예약 시스템에 그냥 ‘4번 테이블’이라고 적는 대신 ‘디렉터스 룸’이나 ‘연인의 코너’ 같은 별칭을 붙여보는 건 어떨까요? 돈 한 푼 들지 않지만, 그 자리에 대한 고객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오늘 운 좋게 디렉터스 룸이 비었네요.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라는 직원-의 한마디는, 최고의 서비스이자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멘트가 될 수 있습니다.
자, 이렇게 공들여 ‘특별한 자리’를 만들었다고 칩시다. 그래서 이게 어떻게 객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말일까요? 여기에 바로 인간 심리의 재미있는 메커니즘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예상치 못한 호의나 특별한 대우를 받으면, 무의식적으로 그에 보답하고 싶어 하는 ‘상호성의 원칙’이 발동합니다. 예약할 땐 몰랐는데 운 좋게 가게 최고의 자리에 앉게 된 손님의 마음속에선 이런 독백이 시작됩니다. “와, 오늘 뭔가 대접받는 기분인데? 이런 날 그냥 평범하게 먹을 순 없지.”
이 ‘특별한 날’이라는 프레임은 소비의 기준점을 높여버립니다. 평소 같으면 글라스 와인을 시켰을 손님이 보틀 와인을 주문하고, 디저트는 건너뛰려던 커플이 ‘이런 분위기에서는 꼭 먹어야 한다’며 추가 주문을 합니다. 이것은 직원이 강요하는 불편한 업셀링이 아닙니다. 손님 스스로가 자신의 특별한 경험을 완성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가치 소비’입니다. 공간이 만들어낸 특별한 분위기가 최고의 세일즈맨 역할을 하는 셈이죠.
결정적으로, 이 ‘최고의 자리’는 돈을 받고 팔아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단골 고객에 대한 보상이거나, 기념일에 온 손님을 위한 깜짝 선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럴 때 희소성의 가치는 극대화되고, 손님은 음식값이 아니라 ‘잊지 못할 경험’에 돈을 지불했다고 느끼며, 기꺼이 가게의 충성스러운 팬이 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공간의 ‘불평등’이 어떻게 브랜드의 ‘특별함’이 되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레스토랑의 평면도를 그저 테이블 개수를 계산하는 엑셀 시트처럼 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고객의 욕망과 동선을 예측하여 가장 강력한 ‘말’을 배치하는 체스판이 되어야 합니다.
구내식당의 평등함은 누구도 감동시키지 못합니다. 당신의 공간 안에 모든 손님이 탐내고, 운 좋게 앉은 손님은 자랑하고 싶어 하는 단 하나의 ‘왕좌’를 만들어 보십시오. 그 왕좌의 존재만으로도, 다른 모든 자리들은 왕궁의 일부가 되어 함께 격이 높아질 것입니다. 최고의 자리는 돈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잊지 못할 경험으로 ‘선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물이야말로 고객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초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