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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알고 있다, 당신의 가게가 성공할 입지를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09-24 07:41:12
  • 수정 2025-09-25 15: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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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로 리스크를 지우는 외식 창업 가이드

[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데이터로 리스크를 지우는 외식 창업 가이드


"자고로 장사는 '목'이 반이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을 해보셨거나 꿈꿔보신 분이라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으셨을 겁니다. 좋은 입지를 선점하는 것. 그것은 성공을 위한 알파요 오메가로 여겨졌죠. 그래서 수많은 예비 사장님들이 오늘도 '대박 상권'을 찾아 발품을 팔고, 부동산 사장님의 감언이설에 귀를 기울이며, 소위 '촉'이 오는 곳에 전 재산을 겁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모두가 탐내던 그 S급 상권의 대박 가게 옆에서, 불과 몇 달 만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가게들은 왜 이리도 많을까요? 똑같은 유동인구를 보고 들어왔는데, 왜 어떤 가게는 줄을 서고 어떤 가게는 파리만 날릴까요? 혹시 우리가 '목'이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신화를 부여했던 것은 아닐까요? 인간의 눈과 감으로는 볼 수 없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이터의 이면'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은 구시대의 유물인 '감'으로 창업하고 '억' 소리 나게 망하는 악순환을 끊어줄 새로운 무기, 바로 인공지능(AI)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조금 딱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걱정 마십시오. 이건 컴퓨터공학 강의가 아니라, 당신의 피 같은 돈을 지켜줄 가장 현실적인 생존 가이드가 될 테니까요.





인간의 눈 vs. 기계의 눈


우리가 상권을 분석하는 방식을 한번 떠올려보죠. 낮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지, 주변에 어떤 회사와 아파트 단지가 있는지, 경쟁 가게는 몇 개나 있는지 눈으로 셉니다. 우리는 이것을 '현장감' 혹은 '경험'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몇 가지 치명적인 맹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 가게가 잘 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긍정적인 신호는 확대 해석하고 부정적인 신호는 애써 무시합니다. 점심시간에 잠깐 붐비는 직장인들을 보며 '하루 종일 이럴 거야'라고 착각하고, 주말의 텅 빈 거리는 '원래 주말엔 조용해'라며 외면하죠.


또한, 우리는 '보이는 것 너머'를 보지 못합니다. 지금 내 눈앞을 지나가는 저 사람이 단순히 길을 건너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 소비 의향이 있는 잠재 고객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의 연령대, 관심사, 소비 수준은 더더욱 알 길이 없죠.


바로 이 지점에서 AI는 인간의 눈이 갖는 한계를 압도합니다. AI는 편견도 없고, 지치지도 않으며, 보고 싶은 것만 보지도 않습니다. 그저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조용히, 그리고 집요하게 분석할 뿐입니다. 통신사 기지국 데이터로 특정 지역의 시간대별/연령대별 유동인구를 파악하고,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로 주변 상권의 소비 패턴을 읽어냅니다. 배달 앱 데이터로는 잠재 고객들의 숨겨진 수요를 찾아내고, 소셜 미디어 데이터로 최신 트렌드를 분석하죠.


쉽게 말해, 인간이 낡은 흑백 지도를 들고 어림짐작으로 보물찾기를 할 때, AI는 실시간 위성항법장치(GPS)와 3D 지도를 들고 가장 확률 높은 지점을 정확히 찍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AI 컨설턴트와 함께하는 창업 시뮬레이션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실제 사례를 통해 AI가 어떻게 당신의 창업을 돕는지 한번 볼까요? 여기 치킨집 창업을 꿈꾸는 박 사장님이 있습니다. 그는 후보지 A와 B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 A 입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정문 앞. 유동인구는 확실해 보이지만, 반경 500m 안에 이미 4개의 치킨 브랜드가 전쟁 중이다. 월세도 만만치 않다.


  • B 입지: 신축 오피스텔과 빌라가 밀집한 골목 안. 당장의 유동인구는 A보다 적지만, 경쟁자가 없고 배달 수요가 많을 것 같다. 월세는 저렴하다.


과거의 방식이라면, 박 사장님은 며칠간 발품을 팔고 부동산 중개인의 조언을 들은 뒤, 자신의 '감'을 믿고 둘 중 하나를 선택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AI 기반 상권 분석 서비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AI는 두 입지를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 A 입지에 대한 분석: "주간 유동인구는 높으나, 주 고객층인 3040 가족 단위의 외식 관련 카드 소비 데이터가 주변 대형마트에 집중되어 있음. 배달 앱 데이터 분석 결과, 해당 지역은 '치킨' 검색량 대비 '찜닭', '족발'의 주문 전환율이 더 높게 나타남. 과당 경쟁 및 낮은 실질 구매력으로 인해 예상 순수익률 낮음."


  • B 입지에 대한 분석: "1인 가구 및 20대 직장인 비율이 높고, 야간 시간대(21~24시) 통신 데이터 트래픽이 집중됨. 배달 앱 데이터상 '치킨', '맥주' 키워드 검색량은 높으나, 인근에 상위 랭킹의 치킨 전문점이 없어 주문 포기율이 높게 나타남. 잠재된 배달 수요가 풍부하여 공격적인 마케팅 시 시장 선점 가능성 높음. 예상 손익분기점 도달 기간 6개월."


결과는 어땠을까요? 박 사장님은 B 입지를 선택했고, AI의 분석대로 1인 가구를 겨냥한 세트 메뉴와 배달 앱 집중 마케팅을 통해 6개월 만에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습니다. 만약 그가 눈에 보이는 유동인구만 믿고 A 입지를 선택했다면, 아마 지금쯤 임대 문의를 붙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는 비단 국내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스타벅스는 '아틀라스(Atlas)'라는 AI 기반 부동산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의 매장 입지를 결정합니다. 교통량, 인구 통계, 지역 사업체 정보 등을 분석해 새로운 매장이 기존 매장의 고객을 뺏어오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현상까지 예측하죠. 도미노피자 역시 AI를 통해 주문량을 예측하고, 그에 맞춰 재료를 준비하고 배달 라이더를 배치하여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이들에게 AI는 더 이상 신기술이 아니라,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역량인 셈입니다.



인간의 직관과 AI의 분석이 만날 때


물론 AI가 만능은 아닙니다. AI는 당신 가게의 음식 맛이나, 사장님의 친절함, 가게가 주는 고유의 분위기까지는 계산하지 못합니다. 데이터가 보여주지 못하는 인간적인 '무엇'은 분명 존재하니까요. AI가 아무리 좋은 입지를 추천해줘도, 결국 그곳을 생동감 넘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사장님의 몫입니다.


따라서 미래의 외식업 창업은 인간과 AI의 협업이 될 것입니다. AI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많은 리스크를 걸러내고 가장 확률 높은 '운동장'을 찾아주면, 사장님은 그 위에서 자신의 열정과 실력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것이죠. 더 이상 '감'이라는 불안한 외줄에 모든 것을 걸 필요가 없습니다.


AI는 당신의 창업을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넘어질 수 있는 수많은 구덩이를 미리 알려주고,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로 안내하는 '최강의 내비게이션'이 되어줄 수는 있습니다. 이제 그 내비게이션을 켜고, 새로운 창업의 시대로 떠나야 할 때입니다.


ikjunj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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