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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프레임, AI 시대에 더 강력해질까, 사라질까?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10-21 0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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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는 '진짜'를 알아볼까?

[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요즘 'AI'라는 단어만큼 우리를 설레게 하면서 동시에 두렵게 하는 게 또 있을까요? 특히 저처럼 비즈니스 현장에서 컨설팅을 하는 사람에게는 이 질문이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AI가 우리 삶을 더 편하게 만들 거라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비판했던 '맛집'이라는 덫, '착한 가게'라는 굴레는 어떻게 될까요?


AI는 이 지긋지긋한 프레임을 깨부수는 구원자가 될까요?


아니면, 더 빠르고 강력하게 우리를 옭아매는 새로운 간수가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 가지 현상이 순서대로, 그리고 동시에 일어날 겁니다.



1. 안타깝지만, AI는 '맛집'을 더 강화시킨다 (단기적으로)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AI 시대의 초입부입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맛집' 프레임은 오히려 더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AI는 '성공 확률'이 높은 답을 좋아합니다.


그럼 AI에게 '성공'이란 뭘까요? 바로 '유저의 클릭'입니다.


유저가 "강남역 맛집"을 검색할 때, AI가 "철학은 훌륭하지만 인기는 없는 A 식당"을 추천하는 건 모험입니다. 가장 안전한 답은, 이미 수만 개의 리뷰와 별점으로 검증된, 즉 '맛집' 프레임에 이미 올라타 있는 B 식당을 추천하는 것이죠.


'착한 가게'도 마찬가지입니다. AI는 가격 데이터를 즉각 비교해 가장 저렴한 옵션(가성비)을 맨 위에 올려줍니다.


결국 지금의 AI는 '기존 프레임의 확증 편향을 가속화시키는 증폭기'일 뿐입니다. '맛집'은 AI의 추천을 받아 더 '맛집'이 되고, 승자독식은 강화됩니다. 참 암울한 시나리오죠.



2. 하지만 AI는 결국 '맛집'을 무너뜨린다 (중기적으로)


하지만 이건 AI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게으른 AI'의 모습일 뿐입니다. AI의 진짜 무서움은 '집단 지성'이 아니라 '개인 맞춤'에 있으니까요.


AI가 고도화되면, 거대한 '맛집' 프레임은 힘을 잃기 시작합니다. '사라진다'기보다, 수억 개의 조각으로 '파편화'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검색 방식이 이렇게 진화할 겁니다.


AI 이전: "강남역 맛집 찾아줘." (검색 결과 50개)


현재 AI: "강남역 파스타 맛집 1위 알려줘." (검색 결과 1개)


미래 AI: "나 오늘 좀 우울한데, 비 오는 거 보면서 혼자 조용히 와인 마실 수 있는 파스타 집 찾아줘. 너무 시끄럽지 않고, 크림소스 말고 오일 베이스로. 예산은 5만 원 이내."


어떤가요?


마지막 질문에 '강남역 1등 맛집'이라는 프레임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합니다. AI는 '맛집'이라는 뭉툭한 데이터를 버리고, '조용한', '창가', '혼술 가능', '오일 파스타'라는 수십 개의 세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조합해 단 하나의 장소를 추천합니다.


'맛집'이라는 거대 권력의 붕괴, '프레임의 파편화'가 일어나는 겁니다.



3. 그리고, AI는 '새로운 기준'을 만든다 (장기적으로)


궁극적으로 AI는 기존의 '맛'이나 '가격'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기준의 프레임을 만들어낼 겁니다. 이것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진짜 혁명입니다.


A. '가격'이 아닌 '가치'를 본다 ('착한 가게'의 진화)


AI 시대의 '착한 가게'는 '가격이 싼(Cheap)' 가게가 아닙니다. AI는 가격표 뒤에 숨겨진 사장님의 '윤리(Ethical)'를 봅니다.


AI는 가격표뿐 아니라, 사장님의 인터뷰 기사, 직원에 대한 처우, 친환경 인증, 로컬 푸드 사용 여부 등을 순식간에 분석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답하겠죠.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가게' 5곳을 추천합니다."


B. '맛'이 아닌 '맥락'을 읽는다 (‘맛집’의 진화)


'맛집'이 '맛'이라는 단일 감각에 집중했다면, AI는 오감과 상황을 아우르는 '경험'과 '맥락'을 프레임으로 제시합니다.


AI는 리뷰에서 '맛있다'는 단어뿐 아니라 '음악이 좋았다', '조명이 어두워 대화하기 편했다'는 감성 데이터를 추출합니다. 그 결과, '맛집' 대신 '소개팅 성공률 높은 식당', '혼자 위로받고 싶은 날 가는 바(Bar)' 같은 고도로 '맥락화된' 프레임이 주류가 될 겁니다.


C. '최고'가 아닌 '유일함'을 발견한다


이것은 '예)침정(沈定)'의 승리입니다.


AI 이전 시대에 '침정'이라는 단어(이름)는 아무도 검색하지 않았기에 존재하지 않는 가치였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다릅니다.


유저가 "72시간 끓인... 정성 들인... 깊은 맛의 한식..."이라고 두루술하게 검색해도, AI는 '침정'의 메뉴판과 평론가 칼럼을 분석하여 "당신이 찾는 철학과 가장 일치하는 '유일한' 장소는 이곳입니다"라고 답을 내놓습니다.


AI는 '최고(Best)'를 찾는 도구가 아니라, '유일(Only)'한 것을 발견하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AI 시대는 '맛집'이나 '착한 가게'라는 낡은 프레임에 안주하는 식당에는 재앙이 될 겁니다. AI는 '유령 가격'을 귀신같이 잡아낼 것이고, 원가 절감을 위한 '꼼수'를 순식간에 간파해낼 테니까요.


반면, AI 시대는 자신만의 '유일한 가치'를 고집하는 경영자에게는 엄청난 기회입니다.


과거에는 마케팅 비용이 없어서 나의 ‘음식점'을 알릴 수 없었지만, 이제는 AI가 스스로 나의 철학과 가치를 분석하여, 그것을 정확히 필요로 하는 전 세계의 '단 한 사람'에게 직접 연결해 줄 것입니다.


결국 AI 시대에 우리가 할 일은, '맛집' 프레임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닙니다. AI가 감탄하고 분석할 만한 '대체 불가능한 우리 가게만의 데이터(철학, 품질, 경험)'를 묵묵히 쌓아나가는 것이겠죠.


AI는 거울입니다.

'가짜'는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진짜'는 더 눈부시게 비출 것입니다.






골목길 컨설턴트

ikjunj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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