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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서비스는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다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09-10 09: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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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여기 두 개의 풍경이 있습니다. 첫 번째, 연인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테이블. 남자가 막 프러포즈 반지를 꺼내려는 찰나, 갑자기 직원이 환한 미소로 나타나 묻습니다. “음식은 입에 맞으신가요?” 분위기는 와장창 깨지고 맙니다. 두 번째, 중요한 사업 미팅이 한창인 테이블. 계약이 성사되기 직전의 긴장된 순간, 직원이 다가와 물 잔을 채우며 “소스 더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라고 속삭입니다. 흐름은 끊기고 양쪽의 표정은 미묘해집니다.


두 직원 모두 ‘친절’했을 겁니다. 매뉴얼대로라면 칭찬받아 마땅한 ‘적극적인 서비스’를 한 셈이죠.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그들의 친절은 고객의 시간을 방해하는 ‘소음’이 되었고, 그들의 존재감은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이 되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서비스의 본질에 대한 통념을 근본적으로 의심해봐야 합니다. 어쩌면 최고의 서비스란, 아이러니하게도 그 존재를 완벽히 지우는 ‘투명인간’이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리더들이 서비스 교육을 할 때 ‘친절’과 ‘적극성’을 제1의 덕목으로 가르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무뚝뚝함보다는 친절함이 백번 낫죠. 하지만 이것은 서비스라는 복잡다단한 세계의 입구에 불과합니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서비스의 핵심은 태도가 아니라 ‘균형’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철학자 미하일 바흐친의 이론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인간의 관계 속에는 언제나 상반된 욕구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을 찾은 고객의 마음속에도 이 ‘밀당’은 계속됩니다. 바로 ‘보살핌 받고 싶은 욕구’‘방해받고 싶지 않은 욕구’ 사이의 아슬아슬한 싸움이죠.


‘보살핌 받고 싶은 욕구(결합의 욕구)’는 명확합니다. 물 잔이 비면 채워주길 바라고,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직원이 근처에 있기를 원하며,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서비스’의 영역이죠.


문제는 그 반대편에 있는 ‘방해받고 싶지 않은 욕구(분리의 욕구)’입니다. 고객은 돈을 내고 음식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구매합니다. 그들은 동행인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싶고, 온전히 자신들만의 분위기에 취하고 싶어 합니다. 이때 직원의 모든 개입은 잠재적인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최고의 서비스란, 이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두 욕구 사이에서 절묘한 외줄 타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외줄 타기의 대가들은 마치 ‘투명인간’처럼 움직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첫째, 그들은 ‘관찰’의 대가입니다. 훌륭한 서버는 주문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를 읽는 ‘지휘자’입니다. 그들은 테이블의 대화 톤, 손님들의 표정과 제스처를 통해 지금 이곳이 어떤 ‘상황’인지를 순식간에 파악합니다. 막 시작하는 연인의 설레는 자리인지, 오랜 친구들의 편안한 수다 자리인지, 아니면 무거운 이야기가 오가는 비즈니스 미팅인지를 알아챕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 맞는 서비스의 ‘볼륨’을 조절합니다.


둘째, 그들은 ‘타이밍’의 예술가입니다. 투명인간 서버는 대화의 한복판에 끼어들지 않습니다. 그들은 대화에 자연스러운 쉼표가 찍히는 순간을 귀신같이 포착해서 다가갑니다. 물 잔이 거의 비어갈 때쯤, 손님이 두리번거리기 바로 직전에 소리 없이 나타나 잔을 채우고 사라집니다. 마치 뛰어난 축구 미드필더가 경기 내내 보이지 않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최고의 패스를 찔러 넣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서비스가 끝난 뒤에야 고객은 ‘아, 어느새 물이 채워져 있네’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미국의 ‘칙필레’가 보여주는 서비스의 정수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들은 아이와 함께 온 부모가 허둥대기 전에 먼저 하이체어를 가져다줍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고객이 인지하기 전에, 그 필요를 먼저 ‘예측’하고 해결해 버리는 것이죠. 이런 서비스는 고객에게 ‘내가 무언가를 요청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듭니다. 그저 모든 것이 물 흐르듯 편안하고 순조로웠다는 ‘경험의 결과’만 남을 뿐입니다.


이제 우리는 서비스의 목표를 재정의해야 합니다. 서비스의 목표는 ‘최고로 친절한 직원’이라는 인상을 남기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이 우리 가게에 머무는 동안 단 한 순간의 불편함이나 막힘도 느끼지 않는, 완벽하게 매끄러운 ‘시간’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최고의 서비스는 좋은 공기와 같습니다. 평소에는 그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것이 없다면 누구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존재하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서비스가 도달해야 할 진정한 예술의 경지이며, 당신의 레스토랑을 평범함의 영역에서 끌어올려 줄 궁극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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