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인류의 역사는 '정보를 찾는 자'의 승리로 점철되어 왔습니다. 맛집도 마찬가지였죠. 십여 년 전 우리는 블로그를 뒤졌고, 몇 년 전부터는 인스타그램의 화려한 사진을 탐닉했습니다. "어디가 맛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여 최적의 장소를 골라내는 행위, 그것이 우리가 알던 '미식의 탐색'이었습니다.
하지만 2026년의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는 수고조차 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인공지능이 나의 카드 결제 내역, 이동 동선, 건강 상태, 심지어 오늘의 기분까지 학습해 "오늘 저녁은 집 근처의 이 파스타 집 어때요? 당신이 좋아하는 알덴테 면에 염도는 10% 낮춘 곳입니다"라고 제안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를 ‘제로 클릭(Zero-Click)’ 시대라 부릅니다.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 광고비를 쏟아붓던 시대가 저물고, AI의 추천 알고리즘 속에 내 식당이 '필수 선택지'로 입력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과거의 GEO(Geographic) 마케팅이 단순히 "내 주변 500m 이내 식당 찾기"였다면, 2026년의 AI GEO 마케팅은 '위치'에 '맥락(Context)'을 더합니다.
해외 사례: 샌프란시스코의 ‘알고리즘 키친(Algorithm Kitchen)’
이곳은 간판이 없습니다. 마케팅 비용도 제로입니다. 하지만 늘 만석이죠. 비결은 구글과 애플의 개인화 추천 엔진에 최적화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데 있습니다. 고객이 특정 지역을 지나갈 때, AI는 고객의 혈당 수치가 낮아졌음을 감지하고 이 식당의 영양 밸런스가 완벽한 메뉴를 푸시 알림으로 보냅니다. "가장 가까운 곳"이 아니라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곳"으로 인식되는 전략입니다.
국내 사례: 성수동의 데이터 기반 팝업 레스토랑
최근 성수동에서 성공한 한 식당은 방문객의 통신사 유동 인구 데이터와 소비 패턴을 분석해, AI가 선호할 만한 '키워드'를 공간 곳곳에 심었습니다. 인테리어 자체가 AI의 시각 지능(Visual AI)이 읽기 좋은 색감과 구조로 설계되었고, 메뉴 설명은 검색 엔진이 아닌 거대언어모델(LLM)이 신뢰할 만한 데이터 형식으로 최적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검색창이 아닌 AI 비서의 추천을 통해 방문하는 비율이 70%를 넘어섰습니다.
그렇다면 AI는 어떤 식당을 신뢰할까요? 단순히 별점이 높다고 추천할까요? 아닙니다. AI는 텍스트 이면에 숨겨진 '데이터의 밀도'를 봅니다.
경영자 여러분, 이제는 블로그 리뷰 숫자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닙니다. 내 식당이 제공하는 식재료의 원산지 정보, 조리법의 과학적 근거, 고객들의 구체적인 피드백 데이터가 디지털 세상 속에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국내산 돼지고기를 씁니다"라는 모호한 말보다 "지리산 해발 500m에서 키운 버크셔K 품종을 14일간 교차 숙성하여 아미노산 함량을 15% 높였습니다"라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AI에게는 훨씬 매력적인 정보입니다. 논리적이고 정교한 데이터가 곧 ‘디지털 신뢰 자본’이 되는 셈입니다.
여기서 위트 있는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AI가 식당을 골라주는 시대가 될수록, 사람들은 그 식당에 도착했을 때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적인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으면 즉시 배신감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AI는 당신을 식당 문앞까지 데려다줄 수는 있지만, 손님의 마음을 얻는 것은 결국 당신의 몫입니다. 제로 클릭 시대의 마케팅은 디지털에서 시작되지만, 완성은 오프라인의 '압도적 경험'에서 이루어집니다.
사례: 도쿄의 ‘아날로그 텍스트(Analog Text)’
이 식당은 AI 추천을 통해 들어온 손님에게 셰프가 직접 손글씨로 쓴 '오늘의 추천 이유' 편지를 건넵니다. "AI가 당신에게 우리 가게를 추천한 이유를 읽어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당신을 위해 이 소스를 더 특별하게 준비했습니다"라는 식이죠. 기술(AI)로 고객을 불러오고, 감성(사람)으로 고객을 묶어두는 고도의 전략입니다.
글을 정리해 봅시다. 2026년, 우리가 마주할 세상은 "찾는 수고"가 사라진 세상입니다. 식당 경영자로서 우리는 두 가지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첫째, 내 식당의 가치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데이터)로 번역하여 디지털 바다에 뿌리는 것. 둘째, AI를 믿고 찾아온 손님에게 "당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할 압도적인 오프라인 밀도를 보여주는 것.
여러분, 세상은 참으로 빠르게 변합니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는 있습니다. 우리는 결국 '사람'에게 밥을 먹인다는 사실입니다. 기술은 그 만남을 조금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어주는 징검다리일 뿐입니다.
AI 비서가 "이 집이 최고예요"라고 속삭일 때, 그 추천에 부끄럽지 않은 따뜻한 밥상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제로 클릭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날카롭고도 따뜻한 전략입니다. 숫자의 파도 위에서 사람의 마음을 낚는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