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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으로 테이블 놓던 시대는 끝났다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09-26 07: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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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로 증명하는 최적의 테이블 믹스(Table Mix) 전략

[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사장님들의 단골 고민이 있습니다. 황금 같은 주말 저녁, 가게는 손님으로 꽉 찼고 대기 줄까지 늘어섰는데, 막상 정산을 해보면 이상하게 매출은 기대에 못 미칩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빈자리 하나 없이 빽빽한데, 돈은 다 어디로 새어 나가는 걸까요? 범인은 저기 창가 가장 좋은 6인석에 다정하게 앉아 있는 저 연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가게가 손님으로 가득 차 있으면 성공적인 운영이라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주는 안도감이죠. 하지만 그 풍경 뒤에는 ‘좀비 좌석(Zombie Seats)’이라는 무서운 복병이 숨어 있습니다. 분명 손님이 앉아있어 다른 손님은 받을 수 없지만, 실제로는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유령 같은 자리 말입니다. 2명이 앉은 6인석의 나머지 네 자리가 바로 그겁니다.


오늘은 바로 이 문제, 즉 사장님의 오랜 경험과 ‘감’에만 의존했던 테이블 배치가 어떻게 우리의 수익을 갉아먹고 있는지, 그리고 이 안개 같은 상황을 걷어낼 ‘데이터’라는 등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제 ‘감’의 시대는 저물고, ‘증거’의 시대가 오고 있으니까요.


사장님의 ‘감’, 과연 완벽한 내비게이션일까?


물론 저는 베테랑 사장님들의 ‘감’을 무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수십 년간 주방과 홀을 오가며 손님을 맞이한 경험은 그 자체로 훌륭한 자산이죠. 어떤 날 어떤 손님이 올지, 어떤 메뉴가 잘 나갈지 예측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감’은 짙은 안개 속에서 등대 불빛에만 의지해 항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은 무사히 항구에 도착하겠지만, 예기치 못한 암초에 부딪힐 위험은 늘 존재합니다. “우리 가게는 가족 손님이 많으니까 4인석 위주로 가야 해” 혹은 “젊은이들이 좋아하게 2인석을 예쁘게 꾸며야지” 같은 결정들이 바로 그런 ‘감’에 기반한 항해술입니다. 과연 당신의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정말 당신의 생각과 같을까요?


데이터는 바로 이 안개를 걷어내고, 암초의 위치까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현대적인 ‘레이더’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데이터는 이미 사장님의 가게 안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바로 매일같이 영수증을 출력하는 포스(POS) 시스템 안에 말입니다.


데이터는 조용히 말하고 있습니다


가령, 전국에 수백 개 지점을 둔 거대 커피 프랜차이즈나 치킨 브랜드를 생각해봅시다. 본사는 왜 모든 매장의 기본 인테리어는 통일하면서도, 유독 테이블 구성만큼은 각 상권에 따라 미세하게 다르게 배치할까요? 그들이 각 지점 사장님들의 ‘감’을 특별히 더 신뢰하기 때문일까요? 천만에요. 그들은 데이터의 목소리를 듣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은 포스 시스템에 기록된 영수증 한 장 한 장을 분석합니다.


  • A 지점 (오피스 상권): 평일 점심에는 2인 손님 70%, 1인 손님 20%. 주말에는 방문객 급감.

  • B 지점 (주택가 상권):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4인 가족 단위 손님 60%, 2인 손님 30%.


이런 데이터가 쌓이면, 더 이상 어림짐작으로 테이블을 놓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A 지점에는 1~2인용 좌석과 바 테이블 비중을 압도적으로 높여 점심시간의 높은 회전율을 감당하게 하고, B 지점에는 4인석을 기본으로 두되, 필요시 붙여 쓸 수 있는 2인석을 조합해 유연성을 확보하는 식입니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좌석 시간당 수익(RevPASH; Revenue Per Available Seat Hour)’이라는, 조금은 무섭고도 정직한 지표입니다. 당신 가게의 의자 하나가 한 시간 동안 얼마를 벌어다 주는지를 보여주죠. 2명이 앉은 6인석의 RevPASH는, 2명이 앉은 2인석의 3분의 1 토막에 불과합니다. 데이터는 바로 이 비효율을 정확하게 지적해주는 겁니다.


모든 문제의 해답, ‘정사각형 2인 테이블’


자, 그럼 데이터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해답은 의외로 단순한 데 있습니다. 바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정사각형 2인 테이블’의 마법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고정된 대형 테이블, 혹은 화려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부스 좌석은 공간의 유연성을 해치는 주범입니다. 하지만 규격화된 정사각형 2인 테이블은 레고 블록과도 같습니다.


  • 2인 손님이 오면 그대로 내어주고,

  • 4인 손님이 오면 두 개를 붙여줍니다.

  • 6인 단체 손님이 닥쳐도 세 개를 붙이면 그만입니다.


이 간단한 전략은 뉴욕이나 런던의 작고 항상 붐비는 비스트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절대 움직이지 않는 큰 테이블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대신 작은 2인 테이블들을 자유자재로 붙였다 뗐다 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손님 구성에 맞춰 공간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손님은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 좋고, 가게는 ‘좀비 좌석’ 없이 꽉 찬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좋습니다. 한국의 많은 식당들이 여전히 ‘4인석 기본’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이 간단한 진리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당신의 포스기에 쌓이는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의 가게를 찾아주는 고마운 손님들이 남기고 간 ‘조용한 목소리’입니다. “우리는 두 명이서 자주 와요”,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답니다” 와 같은 소중한 정보들이죠.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우리 가게는 원래 이래’라는 익숙함과 결별하고, 그 숫자들이 들려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당신의 가게에 유령처럼 숨어있던 ‘좀비 좌석’들을 퇴치하고 나면, 비로소 꽉 찬 가게가 진짜 ‘꽉 찬 매출’로 이어지는 건강한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ikjunj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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