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큰맘 먹고 투자했는데, 대체 왜?”

여기 한 사장님이 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향기 마케팅’에 대한 글을 읽고 무릎을 쳤습니다. “이거다! 우리 가게도 이제부터 향기로 브랜딩하는 거야!” 그는 수소문 끝에 고급 호텔에서 쓴다는 값비싼 디퓨저와 ‘프렌치 라벤더’ 향 오일을 구매해 가게 입구에 자랑스럽게 비치했습니다. 이제 손님들은 우아한 향기를 맡으며 우리 가게의 격을 느낄 것이라 기대에 부풀었죠.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머리가 아프다”는 손님, “음식 맛이 이상해졌다”는 단골, 심지어 “할머니 옷장 냄새 같다”는 악평까지.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이것은 비단 가상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향기 마케팅이 오히려 고객 경험을 망치고 가게의 평판을 갉아먹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집니다. 많은 사장님들이 향기를 ‘좋은 것’을 ‘더하는(+)' 마법의 도구로만 생각할 뿐,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예민한 ‘칼’이 될 수 있는지는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바로 그 지점,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인 향기 마케팅의 4가지 치명적 오류, 즉 4가지 ‘헛똑똑이 함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가장 흔하고 가장 끔찍한 실수입니다. 가게 어딘가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쾌한 냄새. 화장실 하수구 냄새일 수도 있고, 주방 후드에 찌든 기름 냄새일 수도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면 돈과 시간이 드니, 일단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강력하고 좋은 향’을 그 위에 덮어씌우기로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재앙의 시작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썩은 생선 옆에 향기로운 장미를 둔다고 해서 썩은 냄새가 사라집니까? 천만에요. 우리의 뇌는 그렇게 어수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썩은 생선 냄새와 장미 향이 뒤섞인, 훨씬 더 역겹고 정체불명의 괴상한 냄새로 인식할 뿐입니다. 뇌는 생존을 위해 부패나 위험을 알리는 나쁜 냄새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습니다. 그 위에 인공적인 향을 덧칠하는 것은, 사이렌 경고음을 클래식 음악으로 덮으려는 어리석은 시도와 같습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향기 마케팅의 제1원칙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입니다. 어떤 향을 더할지 고민하기 전에, 가게 안의 모든 불쾌한 냄새의 근원을 찾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낡은 배관을 교체하고, 후드를 분해 청소하고, 매일 환기를 하는 그 지루하고 돈 드는 작업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향기 마케팅의 시작입니다. 깨끗하게 비워진 도화지 위에서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두 번째 오류는 가게의 정체성과 향기가 완전히 따로 노는 ‘부조화’의 문제입니다. 앞서 말한 ‘프렌치 라벤더’ 향을 떠올려 봅시다. 그 향 자체는 훌륭합니다. 하지만 만약 그 가게가 얼큰한 순댓국밥 집이라면요? 혹은 시끌벅적한 닭갈비 집이라면 어떻습니까? 손님은 순댓국의 진한 육향을 기대하며 문을 열었는데, 코를 찌르는 것은 느닷없는 라벤더 향입니다. 이 순간 손님의 뇌는 혼란에 빠집니다. ‘내가 지금 뭘 먹으러 온 거지?’
향기는 공간의 ‘옷’과 같습니다. 우리는 등산을 갈 때 등산복을 입고, 결혼식장에 갈 때 정장을 입습니다. 옷을 TPO에 맞게 입는 것처럼, 향기 역시 가게의 컨셉과 브랜드 스토리에 맞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잘못된 만남: 시크하고 미니멀한 스시 전문점에서 달콤한 바닐라 향이 난다면 공간의 격을 떨어뜨리고, 왁자지껄한 시장 떡볶이집에서 명상적인 샌달우드 향이 난다면 손님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뿐입니다.
올바른 만남: 떡볶이집의 가장 좋은 향기는 매콤달콤한 양념 냄새 그 자체입니다. 스시집의 가장 좋은 향기는 히노끼(편백나무) 카운터의 청량한 나무 향과 바다의 신선함을 닮은 깨끗한 공기입니다. 향기는 브랜드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강화해야지,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자, 이제 가게 컨셉과 맞는 향도 찾았다고 칩시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함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강도’의 문제입니다. “이왕 쓰는 거, 손님들이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진하게 가자!” 이런 과욕은 종종 ‘후각적 폭력’으로 이어집니다.
향기는 배경음악과 같습니다. 좋은 배경음악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공간의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볼륨이 너무 크면 그저 소음이 되어 대화를 방해하고 머리를 아프게 할 뿐입니다. 향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을 열자마자 코를 콱 찌를 정도로 강한 향은 고객을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 내쫓는 행위입니다. 특히 향기에 민감하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손님에게는 그 공간 자체가 고문이 될 수 있습니다. 향기는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어쩐지 이곳은 기분이 좋네”라고 은은하게 속삭여야 합니다. 그 미묘한 경계를 지키는 것이 바로 고수의 영역입니다.
마지막 오류는 가장 교활하고 이성적인 문제입니다. 바로 사장님 개인의 취향이 유일한 기준이 되는 ‘내 코의 독재’입니다. 사장님이 어떤 향을 미치도록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손님이 그 향을 좋아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제가 다른 칼럼에서 ‘고수’를 예로 들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누군가에게는 향긋한 허브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유전자 때문에 비누 맛으로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이는 비단 고수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특정 머스크 향은 어떤 사람에게는 관능적으로 느껴지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불쾌한 동물성 냄새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큰맘 먹고 고른 그 ‘고급스러운’ 향이, 어쩌면 당신 가게를 찾을 잠재 고객 20%에게는 ‘역겨운’ 향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당신은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고객 5명 중 1명을 포기할 수 있습니까?
이 독재에서 벗어나는 길은 ‘겸손’뿐입니다. 내 코를 과신하지 말고,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의 직원 및 단골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합니다. 특정인에게만 어필하는 개성 강한 향보다는, 시트러스나 가벼운 우드 계열처럼 비교적 호불호가 적은 향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물론 가장 안전하고 강력한 향은, 잘 관리된 ‘음식 냄새’ 그 자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향기 마케팅은 마법의 지팡이가 아닙니다. 그것은 외과의사의 메스처럼 아주 정교하고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도구입니다. 불쾌한 냄새를 감추려는 원죄, 브랜드와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의 비극, 과유불급의 폭정, 내 코가 기준이라는 오만. 이 네 가지 함정만 피해 가도, 당신은 최소한 향기 때문에 손님을 잃는 최악의 실수는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향이 좋은가’를 묻기 전에, ‘어떤 실수를 피해야 하는가’를 먼저 자문하십시오. 그 지점에서 당신의 레스토랑은 비로소 진짜 ‘격’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