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사장님, 솔직히 힘드시죠? 매일 아침이면 어제보다 더 오른 식자재 가격표가, 점심이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고지서가, 저녁이면 다음 달 인건비 걱정이 사장님의 어깨를 짓누릅니다. 우리는 정성스러운 '손맛'의 가치를 이야기하지만, 그 손맛을 지키기 위해 짊어져야 하는 이 물리적인 무게에 대해서는 종종 침묵합니다. 여기에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뒤통수를 치는 가장 무서운 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원가’, 즉 폐기율입니다.
이 모든 무게를 언제까지 혼자 짊어지실 겁니까? 마치 중세 시대의 기사처럼,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철 갑옷을 입고 힘겹게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겁니다. 시대가 바뀌면 싸움의 방식도, 무기도 바뀌어야 합니다. 오늘 저는 이 무거운 갑옷을 벗어 던지고, 가볍고 날렵한 전투복으로 갈아입을 새로운 생존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바로 AI와 데이터를 심장과 두뇌로 삼는 ‘가벼운 식당’으로의 진화입니다.
먼저 ‘가벼운 식당’이라는 말에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매장 평수가 작거나, 메뉴 가짓수가 적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여기서 ‘가벼움’이란 ‘민첩함(Agile)’과 ‘효율성(Efficient)’을 뜻합니다. 불필요한 군살, 즉 예측 실패로 인한 재고와 낭비되는 노동력을 데이터와 기술로 제거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 혁명의 지휘관은 바로 AI입니다.
과거의 식당이 사장님의 ‘감’과 ‘경험’이라는 아날로그 운영체제로 돌아갔다면, ‘가벼운 식당’은 ‘데이터’라는 디지털 운영체제로 움직입니다. 주먹구구식 예측 대신 정확한 수요 예측을, 비효율적인 노동 대신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레스토랑의 기초 체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것, 이것이 핵심입니다.
가벼운 식당의 혁명은 로봇 팔이 번쩍이는 주방이 아니라, 조용한 사무실의 컴퓨터 화면에서 시작됩니다. 바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측’의 영역입니다.
글로벌 피자 브랜드 도미노피자는 스스로를 ‘피자 파는 IT 기업’이라고 부릅니다. 그들은 수십 년간 쌓아온 주문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지역에서 어떤 요일에 어떤 피자가 잘 팔리는지를 거의 점쟁이 수준으로 예측합니다. 이 데이터는 재료 발주량과 각 매장의 인력 배치 계획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스타벅스가 ‘딥 브루(Deep Brew)’라는 자체 AI 플랫폼을 통해 매장별 원두 재고부터 필요한 직원 수까지 관리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것이 과연 대기업만의 이야기일까요? 천만에요. 오늘날 대한민국의 사장님들은 이미 엄청난 데이터 위에 앉아계십니다. 포스(POS) 기계에 찍히는 시간대별, 메뉴별 판매 기록, 배달앱이 제공하는 지역별 주문 트렌드, 네이버 예약을 통한 고객 정보까지.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식당을 가볍게 만들어 줄 보물지도입니다.
가령 AI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면, 내일 비가 오고 근처 야구장에서 경기가 열린다는 데이터를 조합해 ‘파전과 막걸리 주문이 30%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 이상 상할지도 모를 식자재를 넉넉하게 준비해 둘 필요가 없습니다. 딱 필요한 만큼만 준비해 재고 부담과 폐기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죠. 이것이 바로 데이터가 만들어내는 ‘가벼움’의 시작입니다. 심지어 항공권처럼 시간대별로 가격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실험하는 해외 레스토랑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가한 오후 3시에는 커피 가격을 살짝 할인해주는 AI, 정말 먼 미래의 이야기 같으신가요?
데이터라는 두뇌가 예측과 판단을 내리면, 그다음은 AI 로봇이라는 손발이 움직일 차례입니다. 주방 자동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미소 로보틱스(Miso Robotics)’가 만든 ‘플리피(Flippy)’는 햄버거 패티를 뒤집고 감자를 튀기는 로봇 팔입니다. 뜨거운 기름 앞에서 땀 흘리는 고된 노동을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죠. 국내의 ‘롸버트치킨’이나 ‘고피자’의 사례에서 보았듯, 단순하고 반복적인 조리 과정은 이제 기계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얻는 것은 단순히 인건비 절감만이 아닙니다. 언제나 균일한 맛을 보장하는 ‘품질의 표준화’, 그리고 사람이 화상이나 부상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노동 환경의 개선’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얻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개념은 ‘코봇(Cobot, 협동로봇)’입니다. AI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셰프의 유능한 ‘부사수’가 되어주는 것이죠. 예를 들어, 로봇이 채소를 썰고 재료를 계량하는 동안 인간 셰프는 더 창의적인 영역, 즉 소스를 개발하거나 최종적인 플레이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고된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은 비로소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이렇게 반문하실 겁니다. “결국 돈 있는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얘기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로봇 팔 하나에 수천만 원씩 하는 시스템을 모든 식당이 도입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가벼움’이란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 철학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거창한 AI 시스템이 없더라도, 당신의 포스 데이터를 엑셀에 정리해 가장 안 팔리는 메뉴를 찾아내고 과감히 빼는 것, 그것이 ‘가벼운 식당’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고객 관리 앱을 활용해 단골손님의 취향을 기록해두고 다음 방문 시 먼저 챙겨주는 것, 그것이 바로 데이터 경영의 시작입니다.
무거운 철 갑옷을 벗어 던지십시오. 지난 30년간 해왔던 방식이라는 무거운 관성, 사장의 감이 전부라는 낡은 생각, 재료는 무조건 넉넉해야 한다는 비효율적 고집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혁명은 시작됩니다. 작게는 데이터 분석부터, 크게는 주방 자동화까지, AI와 기술은 사장님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를 덜어드리기 위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무겁고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만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가볍고 현명하게, 그리고 멀리 가는 자가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사장님, 이제 당신의 주방을 다이어트시킬 시간입니다.
늘 깨어 있는 당신과 레스토랑을 응원합니다~
인포마이너: ikjunj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