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많은 사장님들이 ‘특별한 경험’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치 영화 세트를 지어야 하는 일처럼 느끼십니다. 벽을 허물고, 유명 셰프를 불러와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이죠. 하지만 진정한 경험은 자본이 아니라 지성에서 나옵니다. 돈으로는 분위기를 살 수 있지만, 마음은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요리의 맛이 재료의 품질보다 조리의 이해에서 나오듯, 기억에 남는 경험은 ‘공간, 사람, 고객’이라는 세 재료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에서 출발합니다. 오늘은 그 누구든, 예산과 상관없이 당장 시도할 수 있는 ‘시그니처 경험 설계 3단계’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모든 변화는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익숙함’은 가장 완강한 적입니다. 매일 보는 공간, 매일 마주하는 사람에게서는 문제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만큼은 사장의 눈을 내려놓고, 고객의 시선으로 당신의 가게를 잠입 조사해보세요.
고객이 예약을 시도하는 순간부터 여정을 따라가 보십시오.
예약 앱은 편리한가, 전화 응대는 부드러운가.
간판은 잘 보이고, 문은 무겁지 않은가.
가게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맡는 냄새, 들리는 소리는 무엇인가.
이 모든 질문이 당신의 ‘스파이 노트’에 기록되어야 합니다.
핵심은 불편함을 줄이는 동시에, 기회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흔한 고깃집의 문제는 종종 고기의 질이 아니라 ‘공기’에 있습니다. 손님은 냄새가 배는 순간 다시 오기를 주저합니다. 반대로, 작은 칼국숫집은 ‘기다림’의 시간을 브랜드 스토리의 무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24시간 끓인 육수의 이야기를 담은 벽화 하나가 긴 대기시간을 ‘설렘의 시간’으로 전환시키죠.
진단의 본질은 ‘무엇이 불편한가’보다 ‘무엇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모든 것을 바꾸려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의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은 이를 잘 설명합니다. 사람은 한 경험 전체를 평가할 때, ‘가장 강렬한 순간’과 ‘마지막 순간’을 중심으로 기억을 재구성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목표는 완벽이 아니라 강렬한 한순간입니다.
그 순간이 어디일지는 가게의 콘셉트와 리듬에 따라 다릅니다.
입장 순간의 인사일 수도, 메인 요리가 등장하는 찰나일 수도, 마지막 작별의 인사일 수도 있죠. 중요한 건 그 무대 위에서 ‘우리다움’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어떤 리츄얼을 설계할 수 있을까요?
• 스토리텔링: ‘본앤브레드’가 한우의 부위를 이야기하듯, 음식에 이야기를 입히세요. 이야기가 곧 맛이 됩니다.
• 퍼포먼스: ‘찰스 H.’의 바텐더가 얼음을 조각하듯, 기술을 예술로 승화시키세요. 그 장면 하나가 가격을 정당화합니다.
• 개인화: 고객을 참여자로 초대하세요. 향신료를 섞어 나만의 시즈닝을 만드는 순간, 손님은 ‘손님’이 아니라 ‘공동 창작자’가 됩니다.
• 의외성: ‘프렌치 런드리’의 나무 빨래집게처럼, 식사가 끝난 후의 작은 선물이 경험의 여운을 완성합니다.
빛나는 한순간은 돈이 아니라 ‘감각’이 만듭니다.
설계가 설계로만 남지 않으려면, 그것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바로 직원이죠.
그들을 ‘서빙 인력’이 아니라 ‘경험의 배우’로 세우십시오.
단순히 교육(Training)이 아니라 연출(Directing)의 관점이 필요합니다.
왜 이 리츄얼이 중요한지, 어떤 장면에서 감정의 정점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직원이 진심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배우가 감정을 모른 채 대사를 읊으면 무대는 죽습니다.
마찬가지로, 영혼 없는 서비스는 가장 비싼 인테리어보다 싸 보입니다.
가게의 첫 손님과 마지막 손님에게 동일한 온도로 경험을 전할 수 있는 힘,
그 일관성이 결국 ‘신뢰’라는 무대를 완성합니다.
시그니처 경험은 거창한 자본의 산물이 아닙니다.
그건 치밀한 관찰, 섬세한 상상, 그리고 정교한 연출의 결과입니다.
스파이처럼 관찰하고, 예술가처럼 상상하며, 연극 연출가처럼 실행하라.
그 세 단계를 지나면, 당신의 가게는 단순히 ‘먹는 곳’을 넘어
사람들이 ‘기억하고 싶은 곳’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레스토랑의 경영과 마케팅을 연구하고 희망을 스토리텔링합니다.
골목길 컨설턴트: ikjunj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