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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티를 굳건히 하는 레스토랑의 '마이 테이블' 마케팅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10-09 08:17:39
  • 수정 2025-10-09 11: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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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레스토랑 컨설팅을 하다 보면, 많은 사장님이 단골 고객을 '잘 아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하고 특별한 전략을 세우지 않습니다. 하지만 손님을 '잘 아는 사람'으로 대접하는 것과 '특별한 사람'으로 우대하는 것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재방문 고객이 고집하는 그 '특정 자리'에 숨겨진 인간의 깊은 심리를 이해하면, 우리의 레스토랑은 경쟁자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철옹성 같은 로열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앞선 논의에서 사람들이 좌석에 '영역 본능'을 투영하며 안정감과 지위를 찾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일반 고객이 '좋은 자리'를 선호하는 수준을 넘어, 단골 고객이 특정 자리를 고집하는 행위"나는 이곳의 핵심 구성원이며, 이 영역은 나에게 속한다"는 강력한 심리적 선언입니다. 이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것이 바로 '마이 테이블'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1. 단골의 지정석: 단순한 습관을 넘어선 '인정 욕구'


우리가 왜 늘 같은 자리에 앉아야 마음이 편할까요? 심리학자들은 이를 '익숙함이 선사하는 안정감'이라고 설명합니다. 집에서 늘 같은 위치에 리모컨을 두듯, 레스토랑에서 늘 같은 자리에 앉는 행위는 예측 가능성을 높여 불안감을 줄입니다.


하지만 단골에게 지정석이 중요한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인정 욕구(Need for Recognition)' 때문입니다.

  • "나를 기억해 준다": 세상에는 수많은 식당이 있습니다. 그중 내가 굳이 당신의 가게를 다시 찾은 것은 당신과의 관계를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이때 종업원이 "아, 사모님! 늘 앉으시던 그 창가 자리로 준비해 드릴까요?"라고 묻는 순간, 고객은 단순히 식사를 넘어 '특별 대우'라는 사회적 자본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지위와 명예의 영역입니다.


  • "나만의 영역이 있다": 단골이 앉는 그 자리는 단순한 테이블이 아니라, 그 고객에게 허락된 비공식적인 영역(Territory)입니다. 이 영역을 훼손당했을 때 느끼는 불쾌감(예: "내 자리인데 다른 손님이 앉아있네")은 일반 손님보다 훨씬 큽니다.

경영자는 이 '감정적 가치'를 정확히 포착하여, 단골에게 '공식적으로 이 영역을 당신에게 헌정한다'는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2. 로열티를 굳건히 하는 '마이 테이블' 전략


단골의 '내 자리 고집' 심리를 활용하여 이탈률을 낮추고 충성도를 높이는 구체적인 마케팅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비공식적 'VIP 지정석' 제도 운영


가장 강력하면서도 비용이 들지 않는 방법입니다. 레스토랑 내에서 가장 선호되는 좌석 1~2개'우수 단골 고객 전용 좌석'으로 지정하여 운영하는 것입니다.


  • 운영 원칙: 이 좌석은 일반 예약 시스템에 노출하지 않습니다. 오직 CRM 데이터를 통해 선별된 최상위 등급 고객이 예약했을 때만 우선 배정합니다.


  • 현장의 위트: 고객이 도착했을 때, 매니저는 다른 손님이 듣는 자리에서 "OOO 고객님, 늘 오시는 자리로 미리 세팅해 두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은연중에 '선별된 영역'임을 알립니다. 이 '과시적 대우'는 고객의 만족도를 수직 상승시킵니다.



② 데이터 기반의 '좌석 선호도 프로필' 구축


단골 고객이 A 테이블을 선호하는지, B 부스를 선호하는지를 직원들의 기억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시스템에 기록해야 합니다.


  • CRM 시스템 활용: 레스토랑의 고객 관리 시스템(CRM)에 고객의 이름 옆에 '선호 좌석: B-4 부스 (벽 쪽)', '특이사항: 창가 선호(어두운 조명 선호)' 등의 정보를 반드시 기록합니다.


  • 재방문 시 액션: 고객이 예약하거나 방문하면, 직원은 이 프로필을 확인하고 "오늘은 B-4 부스를 예약 고객이 먼저 요청하셨는데, 대안으로 B-2 창가 쪽 자리를 미리 빼뒀습니다. 괜찮으실까요?"라고 능동적으로 제안합니다. 고객은 자신이 기계적으로 처리되지 않고 세심하게 배려받고 있다는 감동을 받게 됩니다.



③ '마이 테이블'을 활용한 신규 메뉴 마케팅


지정석 제도는 단순한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레스토랑의 수익 창출에도 기여해야 합니다.


  • 프리뷰 영역 활용: 단골 고객의 지정석에는 신규 메뉴나 한정판 와인에 대한 특별한 안내문(메뉴판에는 없는)을 미리 올려둡니다. "OOO 고객님께 가장 먼저 보여드리는 신메뉴입니다"라는 메시지를 곁들입니다.


  • 심리적 효과: 고객은 '이 레스토랑의 신상품을 가장 먼저 접하는 사람'이라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받았다고 느낍니다. 이는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다'는 영역 본능의 또 다른 발현이며, 신제품 구매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3. 국내외 레스토랑의 '영역 인정' 사례


이러한 심리적 전략은 이미 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로 실행되고 있습니다.


  • 국내 파인 다이닝의 '전용 셰프 바' 전략:


    • 일부 미슐랭급 오마카세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는 '단골 고객 전용 카운터 바'를 따로 운영하거나, 셰프의 가장 가까운 자리를 VIP 고객에게만 예약 가능하도록 제한합니다. 셰프가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메뉴 설명을 해주는 이 자리는 '지위가 높은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되며, 고객들은 이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지불합니다.



  • 해외 고급 호텔 레스토랑의 '상설 명패' 전략:


    • 유럽이나 미국의 역사 깊은 호텔 레스토랑 중에는 아주 오랫동안 출입한 유명 인사나 재력가의 지정석에 작은 명패를 비공식적으로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고객이 없을 때는 일반 손님에게도 좌석을 내주지만, 고객이 방문했을 때는 명패가 다시 등장하며 '이 영역의 소유주는 당신이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결론: '내 자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결국 레스토랑 경영에서 가장 값진 자산은 충성 고객의 이탈을 막는 것입니다. 고객의 '내 자리 고집' 심리를 이해하고 이를 '특별 대우'라는 서비스로 되돌려주는 것은, 단순히 좋은 자리를 내주는 것을 넘어 고객의 자아와 영역을 인정해 주는 고차원적인 경영술입니다.


모든 레스토랑은 똑같은 테이블과 의자를 가지고 있지만, 그 위에 '당신의 자리'라는 특별한 의미를 덧씌우는 순간, 레스토랑은 경쟁사와는 차원이 다른 심리적 방어막을 갖게 됩니다. 지금 당신의 레스토랑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누구를 위해 비워져 있습니까? 그 자리를 가장 충성스러운 단골의 영역으로 선언하십시오. 그 순간, 그들은 당신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입니다.



늘 깨어 있는 당신과 레스토랑을 응원합니다~

인포마이너: ikjunj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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