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많은 이들이 꿈을 꿉니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곳에 그림 같은 건물을 올리고, 갓 구운 빵 냄새와 향긋한 커피 향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꿈. 주말이면 밀려드는 차들로 주차장이 가득 차고, 창가 자리는 강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손님들로 빈틈이 없는 풍경. 이쯤 되면 성공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겠지요.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그 꿈을 현실로 이룬 듯 보이는, 북한강 변의 어느 거대한 베이커리 카페 ‘A’입니다. 다층 규모가 압도적인 건물, 통창 너머로 펼쳐지는 사계절의 파노라마, 그리고 주말이면 수백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는 명성까지. 겉으로 보기에 A는 자영업의 신화이자,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공의 상징 그 자체입니다. 연 매출은 어림잡아 10억 원에 육박합니다. 자, 정말 화려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이 화려한 성공의 무대 뒤편, 장부의 숫자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우리는 종종 눈에 보이는 현상에 쉽게 매료되곤 합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본질은 반짝이는 외관이 아니라, 차갑고 냉정한 숫자의 논리 위에 서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데이터라는 현미경을 통해, 이 거인의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해보고자 합니다.
A의 매출 그래프는 그야말로 역동적입니다. 주중에는 잔잔한 강물 같다가도, 주말이면 댐을 방류한 듯 수직으로 솟구칩니다. 날씨가 화창한 봄가을, 특히 5월과 9월에는 월 매출이 1억 원을 훌쩍 넘기며 정점을 찍습니다. 시간대별로 보면 손님들은 약속이나 한 듯, 점심을 먹고 난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 가장 많이 몰려듭니다. 이곳이 식사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여유로운 오후의 디저트와 휴식을 위한 ‘2차 목적지’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데이터입니다.
연 매출 10억. 이 숫자만 보면 A의 대표는 매일 밤 돈을 세느라 잠 못 이룰 것 같습니다. 직원들은 높은 성과급을 기대할 것이고, 주변 상인들은 부러움의 시선을 보낼 겁니다. 이것이 바로 ‘매출’이라는 지표가 가진 마력입니다. 그것은 사업의 규모와 인기를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인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출은 사업의 외형을 보여주는 ‘키’와 같습니다. 키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한 것은 아니지요. 100미터를 10초에 주파하는 스프린터도 있고, 숨이 차서 계단 오르기를 힘겨워하는 거인도 있습니다. 진짜 건강 상태는 보이지 않는 곳, 바로 비용 구조라는 ‘내장’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A의 화려한 외투를 벗기고 그 속을 들여다볼 시간입니다.
타이타닉호를 침몰시킨 것은 수면 위에 드러난 빙산의 일각이 아니었습니다. 진짜 위협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얼음덩어리였죠. A의 재무제표에도 거대한 빙산이 숨어 있었습니다.
첫째, 맛의 대가는 비쌌습니다. A는 좋은 재료를 쓴다고 자부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미식의 시대에 사는 고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타협은 금물이지요. 하지만 그 대가는 고스란히 원가율에 반영됩니다. 매출의 약 40%가 밀가루와 버터, 신선한 과일 값으로 사라집니다. 1억 원을 팔면 4,000만 원은 고스란히 재료 공급업자에게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둘째, 거인의 발은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거대한 건물을 매일 쓸고 닦고, 수십 종류의 빵을 새벽부터 구워내고, 밀려드는 손님을 응대하려면 많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때 30명이 훌쩍 넘는 직원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 거인의 규모를 짐작게 합니다.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30%로 추정하는 것은 결코 과한 계산이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는 냉정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손님이 뜸한 평일 저녁, 자정까지 불을 밝히는 이 공간의 주인은 과연 고객일까요, 아니면 텅 빈 의자일까요? 데이터는 오후 8시 이후 A의 존재감이 희미해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비용은 잠들지 않습니다. 인건비와 전기료는 째깍째깍, 주인의 애타는 마음도 모르고 흘러갑니다.
셋째, 전망 좋은 집의 세금 고지서는 무서웠습니다. 북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 환상적인 입지는 공짜가 아닙니다. 매년 내야 하는 재산세, 거액의 투자금에 대한 대출 이자는 매달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유지하기 위한 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죠. 이 모든 부동산 관련 비용이 매출의 12%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 계산기를 두드려 볼까요? 재료비 40%, 인건비 30%, 부동산 비용 12%, 그리고 카드수수료와 각종 공과금을 포함한 기타 경비 8%. 이걸 모두 더하면 얼마가 됩니까? 네, 90%입니다. 1억 원을 벌기 위해 9,000만 원을 써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우리가 마주한 A의 최종 성적표는 ‘영업이익률 10%’입니다. 물론 F&B 업계에서 이 수치가 재앙적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은 비 한 방울 오지 않고 순풍이 불어준다는 가정 하에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결과입니다. 만약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거나, 최저임금이 인상되거나, 혹은 예상치 못한 시설 보수가 필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익률 10%는 순식간에 5%로, 다시 0%로 곤두박질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숫자입니다.
영업이익률 10%는 맑은 날에는 그럭저럭 버틸 만한 얇은 외투와 같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고 손님이 줄어드는 ‘겨울’이 찾아오면, 이 얇은 외투만으로는 혹독한 추위를 견딜 수 없습니다. 실제로 A의 매출은 추운 1월에 연중 최저치를 기록합니다. 성수기인 5월 매출의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들죠. 매출이 30% 이상 급감하는 동안, 인건비와 이자 같은 고정비는 거의 그대로입니다. 이익이 사라지고 적자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순간입니다.
결국 연 매출 10억이라는 화려한 타이틀 뒤에 숨겨진 A의 민낯은,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만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위태로운 자전거와 같았습니다. 잠시라도 페달을 멈추거나, 예상치 못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거대한 몸집 때문에 다시 일어서기가 훨씬 더 힘든 구조인 셈입니다.
이쯤 되면 비관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의 목적은 절망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을 통해 올바른 처방을 내리는 데 있습니다. A가 진정한 거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을 과감히 덜어내야 합니다. 손님이 없는 시간까지 억지로 영업시간을 늘리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낭비입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효율적인 시간대의 인력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운영의 과학’이 절실합니다.
둘째, 뜨내기손님이 아닌 단골을 만들어야 합니다. 데이터는 A의 진짜 ‘큰손’이 관광객이 아니라, 자녀와 함께 온 ‘60대 이상 여성 고객’일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변덕스러운 관광객에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이들 ‘로컬 VIP’의 마음을 사로잡아 평일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셋째, 가격을 넘어 가치를 팔아야 합니다. 낮은 온라인 평점은 고객이 지불한 가격만큼의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는 위험 신호입니다. 단순히 빵과 커피를 파는 공간을 넘어, 잊지 못할 경험과 만족감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것이 때로는 비싼 재료보다, 따뜻한 미소와 깨끗한 테이블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결국, 위대한 비즈니스는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느냐가 아니라,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이익 근육’을 가졌느냐로 증명됩니다. 북한강의 거인이 무거운 몸집을 이겨내고, 더 가볍고 단단한 모습으로 강변에 우뚝 서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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