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어두운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에게 등대는 희망의 상징입니다. 뭍이 가까이 있음을, 곧 쉴 곳이 있음을 알려주는 약속의 불빛이죠. 좋은 입지에 세워진 가게는 종종 이 등대에 비유되곤 합니다. 특히 사방이 어둠과 같은 무한 경쟁의 시장 속에서, 탁월한 지리적 이점을 가진 가게는 멀리서도 고객을 이끄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이야기할 강변의 거대한 빵집 ‘A’가 바로 그런 곳입니다. 북한강의 가장 빛나는 자리에 우뚝 서서, 주말이면 수많은 차들을 항구로 이끄는 거대한 등대. 그 위용만 보면 결코 좌초할 리 없는 무적의 함대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등대의 불빛이 어딘가 위태롭게 깜빡이고 있다면 어떨까요? 멀리서 볼 땐 환한 것 같은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빛이 약해지고 불안정하다면 선장(고객)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A의 온라인 지도 앱 평점은 5점 만점에 3.7점입니다.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나쁘지는 않네"라며 안심해도 되는 점수일까요, 아니면 서서히 배를 침몰시키는 보이지 않는 암초에 대한 경고 신호일까요? 오늘 우리는 이 작은 숫자에 담긴 거대한 진실을 파헤쳐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극단적인 것에 익숙합니다. 평점 1점이나 2점짜리 가게는 명확한 문제가 있는 곳입니다. 위생 사고가 터졌거나, 주인의 불친절이 극에 달했거나. 원인이 명확하기에 오히려 개선의 방향을 잡기 쉽습니다. 반대로 4.5점 이상의 가게는 확실한 매력을 가진 곳입니다. '믿고 간다'는 찬사가 뒤따르며, 그 자체가 강력한 마케팅 도구가 됩니다.
하지만 3.7점은 다릅니다. 이 숫자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함’을 의미합니다. 분노를 유발할 만큼 끔찍하지도, 감동을 자아낼 만큼 훌륭하지도 않다는 뜻이죠. 그리고 경쟁이 치열한 외식 시장에서 미지근함은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무관심은 서서히 가게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장 무서운 독입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당신이 주말 나들이를 위해 지도 앱에서 ‘양평 카페’를 검색합니다. 목록에는 4.6점짜리 A+카페, 4.2점짜리 B카페, 그리고 3.7점짜리 A가 나란히 뜹니다. 당신의 손가락은 어디로 향할까요? 십중팔구 A는 선택지에서 가장 먼저 배제될 것입니다. 온라인 지도 앱에서 3.7점은 마치 소개팅 주선자가 "사람은 참 착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치명적인 단점은 없지만, 선뜻 만나고 싶은 매력도 없다는 뜻이죠. 수많은 대안이 있는 고객들은 굳이 이 '착하기만 한' 가게를 선택할 모험을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조용한 탈락’의 비극입니다.
평점은 현상일 뿐, 본질이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숫자가 왜 만들어졌는지 그 원인을 파고드는 것입니다. A와 같이 비싼 돈을 들여 화려하게 지은 데스티네이션 카페가 3.7점이라는 미지근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대부분 한 가지로 귀결됩니다. 바로 ‘기대와 경험의 격차’입니다.
강변의 웅장한 건물, 그림 같은 풍경은 고객의 기대치를 하늘 끝까지 끌어올립니다. ‘이런 곳이라면 분명 빵 맛도, 서비스도, 분위기도 최고일 거야. 내가 지불하는 비싼 가격과 1시간 넘는 운전이 결코 아깝지 않을 거야.’
하지만 현실의 경험은 어땠을까요? 3.7점이라는 숫자는 그 경험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고객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입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재구성해보면 아마 이럴 겁니다.
가격 대비 가치(가성비)의 문제: “풍경 값인 건 알겠는데, 이 돈 주고 이 빵을 또 먹으러 오진 않을 것 같아.”
혼잡함과 불편함의 문제: “주말에 갔더니 시장 바닥이 따로 없더라. 주차하느라 30분, 빵 사려고 줄 서느라 20분...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운영 미숙의 문제: “사람은 많은데 직원은 부족해 보이고, 테이블은 제때 치워지지도 않았어.”
결국 3.7점은 “한 번쯤 가볼 만은 하지만, 누구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거나 다시 방문하고 싶지는 않다”는 수많은 고객들의 미지근한 감정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인 셈입니다.
여기서 현명한 독자라면 이런 질문을 던질 겁니다. “아니, 사장님은 저런 평점을 보고도 가만히 있다는 말인가?” 그 이유는 종종 ‘입지의 오만’에서 비롯됩니다.
A의 사장님은 창밖을 봅니다. 주말이면 여전히 가게는 손님으로 가득 차고, 매출은 높게 나옵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온라인에서 몇몇이 불평하긴 하지만, 봐라. 사람들은 어쨌든 계속 오지 않는가. 역시 중요한 건 맛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이 압도적인 위치야.’
이것은 자신의 사업 경쟁력을 ‘입지의 힘’과 착각하는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오류입니다. 입지는 사람들을 ‘한 번’ 오게 만드는 힘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다시’ 오게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게 만드는 힘은 오직 만족스러운 경험에서 나옵니다. 지금 당장 손님이 많다고 안심하는 것은, 서서히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정치인과 같습니다. 당장 눈앞의 행사에는 사람들이 모여드니 위기를 실감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민심은 이미 떠나고 있고, 다음 선거에서의 패배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온라인 평점은 바로 그 ‘민심’입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3.7점이라는 평점은 사소한 흠집이 아니라, 사업 모델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 결함에 대한 강력한 경고등입니다. 물이 새는 배의 구멍을 막지 않고, 겉에 페인트칠만 새로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깜빡이는 등대를 어떻게 수리해야 할까요?
첫째, 고고학자가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3.7’이라는 숫자만 보지 말고, 단 하나도 빠짐없이 리뷰의 텍스트를 파고들어야 합니다.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불만(가격, 서비스 속도, 청결 등)이 무엇인지 분류하고, 그것이야말로 개선해야 할 최우선 과제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둘째, 겸손한 외교관이 되어야 합니다. 부정적인 리뷰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진심으로 사과하고 구체적인 개선 계획을 밝혀야 합니다. 긍정적인 리뷰에는 감사를 표해야 합니다. 주인이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평판은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셋째, 기대와 경험의 격차를 메우는 엔지니어가 되어야 합니다. 고객의 불만을 바탕으로 실제 운영을 개선해야 합니다. 주말 서비스가 문제라면 피크타임 인력을 충원하고, 가격이 문제라면 가성비 좋은 세트 메뉴를 개발하는 등, 고객이 지불한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등대는 더 이상 혼자 빛나지 않습니다. 그곳을 지나간 수많은 배(고객)들이 남긴 항해 기록(리뷰)이 모여 등대의 진짜 밝기를 결정합니다. 등대지기(사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등대를 닦고 기름 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기록들에 귀 기울여 등대의 빛이 결코 약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깜빡이는 등대의 불빛을 다시 환하게 밝혔을 때, 비로소 그곳은 길 잃은 배들까지 이끄는 진정한 희망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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