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월요일 아침, 침대에서 뭉그적거리며 스마트폰 앱을 켭니다. 밤사이 우리 동네 작은 무인카페에서 커피 73잔이 팔렸고, 21만 4천 원이 정산될 예정이라는 알림이 떠 있습니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내립니다. 물론 제 카페가 아닌 집에서 말이죠. 오후에는 한 시간쯤 들러 원두 채우고, 청소 좀 하고,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합니다. 저녁에는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냅니다. 돈은 24시간 잠들지 않는 기계가 벌어다 주고, 나는 우아한 삶을 즐깁니다. 어떻습니까? 요즘 유행하는 말로 ‘디지털 건물주’의 삶,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많은 분들이 무인카페 창업을 고민하는 이유, 저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건비, 직원 관리의 스트레스, N잡과 파이프라인이 미덕이 된 시대. 이 모든 고단함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줄 마법의 열쇠처럼 ‘무인(無人)’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달콤하게 속삭입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컨설턴트로서, 이 달콤한 꿈의 이면에 숨겨진 날카로운 질문 하나를 던져야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치열한 '사장'이 되려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저 편안한 '건물주'가 되려는 것입니까? 만약 후자라면, 죄송하지만 이 글은 당신의 꿈을 산산조각 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빠지는 가장 큰 착각은 ‘사람이 없다(無人)’는 사실을 ‘관리가 필요 없다(無管理)’는 뜻으로 오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것은 언어가 만든 교묘한 함정입니다. 건물주는 세입자에게 공간을 빌려주고 월세를 받습니다. 건물이 낡지 않도록 유지보수하는 것 외에,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매일 개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무인카페는 어떻습니까? 그곳은 커피라는 ‘제품’과 공간이라는 ‘서비스’를 파는 엄연한 사업장입니다.
환상을 걷어내고 무인카페 사장님의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한번 해부해 봅시다. 매일 아침, 당신은 매장에 들러 밤사이 쌓인 쓰레기통을 비우고, 끈적이는 테이블을 닦고, 누군가 흘린 커피 자국을 지워야 합니다. 원두와 우유, 시럽과 컵홀더가 비지 않도록 끊임없이 채워 넣어야 합니다. 커피 머신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품 청소를 해줘야 하고, 제빙기는 위생 상태를 늘 점검해야 합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당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재고를 파악해 발주를 넣고, POS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메뉴가 잘 나가는지 확인해야 하며, 동네 상권을 공략할 소소한 마케팅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자동 수익’이라는 환상은 새벽 2시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함께 깨지기 마련입니다. “사장님, 돈을 넣었는데 커피가 안 나와요.” 당신은 잠결에 일어나 CCTV 앱을 켜고 상황을 파악한 뒤, 고객에게 사과하고 환불 절차를 안내해야 합니다. 주말 저녁, 가족과 외식 중에 “얼음이 다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으면, 하던 식사를 멈추고 매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사람, 그게 바로 무인카페 사장입니다. 이것이 어찌 건물주의 삶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자동화 상점’의 꿈이 비단 우리만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후발주자에 가깝습니다. 로봇과 자동화의 선두주자 일본을 보십시오. 2018년 도쿄에 등장한 ‘이상한 카페(Henn na Cafe)’는 로봇 팔이 커피를 내려주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그곳 역시 로봇을 관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고객을 안내하는 최소한의 ‘사람’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무인’이 아니라 ‘생인화(省人化, 노동력 절감)’를 추구했을 뿐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카페 엑스(Cafe X)’나 텍사스의 ‘브리고(Briggo)’ 역시 로봇 바리스타를 내세웠지만, 그 본질은 IT 기술 기업에 가깝습니다. 원격으로 로봇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엔지니어, 현장에서 기기를 수리하는 테크니션이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을 뿐, 노동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더 극적인 사례는 중국입니다. 한때 광풍처럼 불었던 무인 편의점 ‘빙고박스(BingoBox)’를 기억하십니까? QR코드로 입장해 물건을 고르고 나오면 자동 결제되는, 그야말로 완벽한 유통의 미래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높은 기술 유지비용, 예상보다 빈번한 도난과 시스템 오류,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상품을 채우고 매장을 관리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수많은 점포가 문을 닫았습니다. 세계는 이미 증명했습니다. ‘사람 없음’은 사업의 본질을 바꾸지 못하며, 단지 노동의 형태를 바꿀 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자, 이제 가장 불편한 질문을 드릴 시간입니다. 컨설턴트로서 저는 항상 숫자로 이야기합니다. 가령 당신의 10평짜리 무인카페가 한 달에 6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기서 임대료 150만 원, 재료비 210만 원(35%), 로열티 및 관리비 40만 원, 공과금과 수수료 50만 원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150만 원이 남습니다.
초기 투자금 8천만 원을 생각하면 아쉬워도, ‘자동 수익’이니 만족해야 할까요? 여기서 결정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사장님의 인건비는 계산하셨습니까?” 당신이 매일 1시간 30분씩, 한 달 내내 매장에 들러 위에서 말한 ‘보이지 않는 노동’을 했다면, 월 45시간을 일한 셈입니다. 2025년 최저시급 약 1만 원을 적용하면, 당신의 노동 가치는 최소 45만 원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업의 ‘진짜 순수익’은 105만 원이 됩니다. 초기 투자금 대비 연 수익률은 1.5% 수준입니다. 은행 예금보다 못한 이 수익률을 위해, 당신은 창업의 리스크를 짊어지고 새벽 2시의 전화벨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무인카페 창업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편하게 돈을 버느냐’가 아니라 ‘점주의 보이지 않는 노동과 관리를 시스템으로 얼마나 완벽하게 녹여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당신은 돈 찍어내는 기계를 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어 운영해야 할 온전한 사업체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건물주가 아니라, 누구보다 치열해야 할 사장님입니다.
그러니 부디 달콤한 환상에서 깨어나십시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보십시오. 나는 지금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뒤에야, 비로소 당신의 무인카페는 진짜 ‘사업’으로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