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우리는 숫자를 좋아합니다. 특히 ‘매출’이라는 숫자는 달콤한 성공의 향기를 품고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창업 박람회나 프랜차이즈 상담 자리에서 듣게 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이 매출이라는 숫자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저희 A점은 월 매출 1,000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목 좋은 곳에 열면 하루 30만 원은 무난합니다.” 이런 숫자들은 불안한 예비 창업자의 마음에 한 줄기 빛처럼 파고듭니다. 하루 30만 원이면 한 달이면 900만 원, 여기서 재료비 좀 떼고 월세 내도 꽤 남지 않겠는가, 하는 희망 회로가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컨설턴트로서 제가 수없이 봐온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매출은 종종 가장 화려한 거짓말쟁이가 되곤 합니다. 그것은 마치 한껏 치장한 연극배우와 같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화려하지만, 분장을 지우고 조명이 꺼진 무대 뒤의 모습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는 그 화려한 무대 뒤, 무인카페라는 사업의 냉정한 분장실로 여러분을 안내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순수익’이라는 이름의 민낯을 마주하게 해드리려 합니다. 각오가 되셨습니까? 우리가 마주할 숫자는, 아마 당신의 희망 회로를 단번에 태워버릴 만큼 차가울지도 모릅니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결국 숫자와 싸우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싸움의 결과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손익계산서입니다. 저는 이것을 ‘사업의 건강진단서’라고 부릅니다. 자, 이제 막연한 기대를 접고, 평균적인 10평짜리 무인카페의 건강진단서를 함께 떼어보겠습니다.
상권이 아주 나쁘지 않아 하루 평균 2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한 달이면 월 매출 600만 원. 나쁘지 않은 숫자입니다. 이 숫자를 보고 많은 초보 사장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하지만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입니다. 이 600만 원에서 ‘소리 없는 암살자’들, 즉 비용 항목들이 얼마나 많은 지분을 떼어 가는지 한번 보시죠.
첫째, 가장 무거운 짐, 임대료입니다. 무인카페는 입지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월세 100만 원 이하의 자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여기에 건물 관리비까지 더하면 보통 150만 원은 훌쩍 넘어갑니다. 매출의 25%가 가게 문만 열어두는 값으로 사라집니다.
둘째, 생각보다 높은 재료비입니다. 무인카페 커피가 저렴하다고 해서 원가가 쌀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저가 커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두 품질도 상향 평준화되었습니다. 여기에 우유, 시럽, 컵, 뚜껑, 빨대, 홀더 등 부자재 비용까지 더하면, 통상적으로 재료비는 매출의 30~35%를 차지합니다. 600만 원 매출이라면 최소 210만 원이 재료비로 나갑니다.
셋째, 자잘하지만 결코 무시 못 할 고정비 군단입니다. 프랜차이즈에 매달 내는 로열티 혹은 관리비가 약 20~30만 원, 24시간 돌아가는 기계들과 냉난방기의 전기세, 제빙기와 커피머신을 위한 수도세 등 공과금이 여름, 겨울철엔 5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여기에 인터넷, 보안업체 비용, 카드결제 수수료(매출의 약 1~1.5%), 세무 기장료, 정수 필터 교체 등 각종 유지보수 비용까지 합치면, 이 항목에서만 못해도 100만 원 이상이 순식간에 증발합니다.
자, 이제 계산기를 두드려 볼 시간입니다.
월 매출 600만 원
(-) 임대료 및 관리비 150만 원
(-) 재료비 210만 원
(-) 기타 고정비 및 운영비 1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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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순수익(세전) 140만 원
어떻습니까? 월 매출 600만 원이라는 그럴듯한 숫자 뒤에 숨겨진 민낯, 140만 원. 이것이 바로 수많은 무인카페 사장님들이 마주하는 ‘평균적인’ 현실입니다. 물론 이보다 더 잘 버는 곳도 있겠지만, 이보다 훨씬 못 버는 곳이 더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이러한 ‘얇은 마진’의 딜레마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동화와 무인화의 역사가 깊은 나라들은 우리보다 먼저 이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했습니다.
일본은 ‘자판기 천국’으로 불릴 만큼 무인 판매에 익숙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자판기 사업은 오랫동안 ‘부업’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낮은 마진을 극복하기 위해선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와 한 사람이 수십, 수백 대를 관리할 수 있는 초고효율의 물류 시스템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자판기 몇 대로 큰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사례는 미국입니다. 2017년, 실리콘밸리에서 ‘보데가(Bodega)’라는 스타트업이 등장했습니다. 아파트 로비나 기숙사에 무인 아이스크림 냉장고처럼 생긴 ‘스마트 상점’을 설치하고, 앱으로 잠금을 해제한 뒤 물건을 꺼내 오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세상을 바꿀 유통의 혁명이라며 수백억 원의 투자를 받았지만, 그들은 불과 몇 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왜일까요? 기술 개발 및 유지 비용은 천문학적인데, 물건을 채워 넣고 기기를 관리하는 ‘오프라인 운영’의 비용과 복잡성을 너무 얕봤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들도 ‘얇은 마진’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세계 최대의 유통 공룡 아마존이 야심 차게 선보인 ‘아마존 고(Amazon Go)’조차도 초기 투자 비용과 기술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확장세가 주춤하고 일부 매장을 철수하는 상황입니다. 하물며 거대 자본과 기술력 없이, 프랜차이즈 시스템에 의존하는 개인 창업자가 ‘자동 수익’이라는 신기루를 좇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무인카페 창업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란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게임의 규칙을 완전히 다르게 이해해야 합니다. 무인카페 창업의 성공 방정식은 ‘매출을 얼마나 높일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특히 고정비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가’에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앞선 손익계산서에서 보았듯, 매출 600만 원을 벌어 140만 원을 남기는 구조에서는, 매출이 10% 줄면(540만 원) 순수익은 80만 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납니다. 반대로, 월세를 50만 원만 줄일 수 있다면 순수익은 190만 원으로 껑충 뛰어오릅니다. 매출 10%를 올리는 것과 월세 50만 원을 아끼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현실적이고 통제 가능한 목표이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제가 항상 ‘A급 상권 속 B급 입지’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유동인구가 풍부한 핵심 상권의 힘은 누리되, 메인 도로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 권리금과 월세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전략. 이것이야말로 초보 창업자가 ‘얇은 마진’의 함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생존 전략입니다.
부디 숫자의 화려함에 속지 마십시오. 당신이 진짜 집중해야 할 숫자는 통장에 찍히는 매출이 아니라, 매달 당신의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비용 명세서에 있습니다. 그 비용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당신은 ‘월 순수익 150만 원’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어 진짜 ‘사장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