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월 8천만 원 매출', '누구나 오토 매장 가능'. 이 마법 같은 말에 쌈짓돈을 턴 퇴직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시중가 3천 원짜리 커피 스틱을 8천 원에 사야 하는 '현실'이었습니다. 최근 연이어 터진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논란을 보며, 우리는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하나는 '악덕 본사에 대한 분노'입니다. 다른 하나는, 더 깊고 어두운 '냉소'입니다.
"거봐, 혼자 하면 망하고, 프랜차이즈 하면 '갑질' 당하고...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게 자영업이야."
참으로 절망적인 이분법입니다. '악마(프랜차이즈 본사)'와 '심해(막막한 독립 창업)' 사이에서, 예비 창업자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오컴의 면도날'을 들어 가장 불필요하고도 위험한 '가정' 하나를 잘라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프랜차이즈 vs 독립창업"이라는 이분법 그 자체입니다.
이것은 본질을 가리는 교묘한 '가짜 선택지'입니다. 오늘 제가 드릴 말씀은, 이 두 개의 길이 아닌 제3의 길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이 두 개의 길을 바라보는 '관점' 그 자체를 뒤집는 이야기입니다.
외식업의 성패를 가르는 진짜 선택은 '프랜차이즈냐, 독립이냐'가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이 당신의 사업 '시스템'을 '구매(Buy)'할 것인가, '구축(Build)'할 것인가" 하는 단 하나의 질문입니다.
"시스템을 산다? 그게 무슨 말이죠? 당연히 사는 거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파는 것은 '햄버거'나 '커피'가 아닙니다. 그들은 '성공 시스템'이라는 상품을 팝니다. "우리가 만든 이 완벽한 시스템을 '구매'하기만 하면, 당신은 리스크 없이 '사장님'이 될 수 있다." 이것이 그들의 '독점 판매 제안(USP)'입니다.
예비 창업자는 왜 이토록 비싼 돈(가맹비, 인테리어비)을 내고 이 '시스템'을 사려 할까요? 그가 '햄버거 만드는 기술'이 없어서요? 아니요. 그가 '실패'가 두렵기 때문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파는 진짜 상품은 '시스템'이 아니라,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입니다.
'월 8천만 원 매출'이라는 숫자는 그 환상을 지탱하는 아름다운 포장지입니다.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이 '환상'을 구매합니다.
문제는 이 '환상'의 대가가 너무나도 비싸다는 데 있습니다.
당신이 '시스템'을 구매하기로 결정한 순간, 당신은 돈만 지불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사장'의 가장 본질적인 권리, 즉 '주권(Sovereignty)'을 함께 넘긴 것입니다.
어떤 재료를 쓸지 결정할 주권 (→ 8천 원짜리 커피 스틱을 사야 함)
어떤 가격에 팔지 결정할 주권 (→ 본사가 올리라면 올려야 함)
어떻게 마케팅할지 결정할 주권 (→ 매출의 4%를 광고비로 내야 함)
당신은 '사장님'이 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내 돈 내고 본사의 매뉴얼을 수행하는 매니저'가 된 것입니다. 8천 원짜리 커피 스틱은, 당신이 '환상'을 구매한 대가로 지불한 '주권 포기'의 슬픈 영수증입니다. 이것이 시스템을 '구매'한 자의 피할 수 없는 결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구매'가 그렇게 위험하다면 '구축'하라는 말인데... 그게 말처럼 쉽습니까? 저는 백종원도, 스티브 잡스도 아닙니다."
이 두려움, 저는 100% 이해합니다. '구축(Build)'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거창하게 들립니다. '시스템 구축'이라고 하면, 무슨 대단한 경영 이론이나 IT 기술, 혹은 '전설의 레시피'가 있어야 할 것만 같습니다.
15년 동안 사무실에서 엑셀만 만지던 내가, 갑자기 어떻게 '시스템'을 만듭니까? 메뉴 개발은? 상권 분석은? 인테리어는? 마케팅은? 이 모든 '모름'의 공포가 우리를 다시 '환상'의 구매처(프랜차이즈) 앞으로 밀어 넣습니다.
본사도 이 공포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 공포를 먹고 자랍니다. "어렵죠? 힘드시죠? 그냥 저희에게 맡기세요. '구매'만 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구축'은 '천재의 영역'이 아닙니다. 이것은 '태도'의 영역입니다.
'시스템 구축'이란, '내 사업의 핵심 요소를 남에게 맡기지 않고 내 손으로 통제하겠다'는 결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구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들은 천재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의 '주권'을 포기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사례 1: 푸드트럭, '시스템'을 바퀴 위에 구축하다]
2008년, 미국 LA에서 로이 최(Roy Choi)라는 한국계 셰프가 '고기(Kogi) BBQ'라는 푸드트럭을 시작합니다. 그는 '김치 타코'라는 기막힌 메뉴를 만들었죠. 하지만 그의 진짜 '구축'은 메뉴가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 창업자가 '구축'해야 할 시스템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목 좋은 상권(Location)'이었습니다. 하지만 비싼 월세의 '목'은 창업자를 '건물주'에게 종속시킵니다.
로이 최는 이 '상권 시스템'을 '구매'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대신 '트럭'이라는 움직이는 가게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트위터'라는 당시의 신무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트럭 지금 베니스 비치에 갑니다! 1시간 뒤 산타모니카로 이동!"
그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제품 시스템: '김치 타코'라는, 누구도 흉내 못할 독창적 제품
입지 시스템: 비싼 월세에 종속되지 않는 '바퀴'
마케팅 시스템: 플랫폼(당시의 트위터)을 '활용'하되, 고객을 '직접' 만나는 '자기 소유의 채널' (그의 트위터 팔로워는 100% 그의 고객이었습니다)
그는 단 한 순간도 자신의 '주권'을 플랫폼이나 건물주에게 넘기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구축'입니다.
[사례 2: 골목식당, '데이터'를 구축하다]
시야를 한국의 익숙한 골목으로 돌려봅시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작지만 단단한 '맛집(맛집)'들은 무엇을 '구축'했을까요? '전설의 손맛'?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성공한 독립 식당들은 공통적으로 3가지를 '구축'합니다.
'선택과 집중'의 제품 시스템
프랜차이즈가 '이것도 팔고 저것도 파는' 넓은 메뉴로 '환상'을 팔 때, 이들은 '김치찌개 하나', '제육볶음 하나'에 모든 것을 겁니다. 이것은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품질 통제'와 '운영 효율'이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고객 데이터'라는 마케팅 시스템
그들은 '배달의 민족'에 종속되지 않습니다. 물론 배민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진짜 무기는 배달 봉투에 함께 나가는 작은 '쿠폰'입니다. "다음번 '전화 주문' 주시면 콜라 서비스 드립니다."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 배민이라는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종속의 대가)를 아끼고, 고객의 전화번호(데이터)를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주권'의 선언입니다. 이 '전화번호부'가 그들의 시스템입니다.
'사장님의 얼굴'이라는 브랜딩 시스템
프랜차이즈가 수억 원의 광고비로 '브랜드 환상'을 살 때, 이들은 '사장님의 넉넉한 인심'과 '친절'로 브랜드를 구축합니다. 사장님의 얼굴 자체가 1인 미디어이자, 대체 불가능한 '시스템'이 됩니다.
보십시오. '구축'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데이터'를 소유하고, '핵심'에 집중하며, '관계'를 통제하는 것입니다.
저는 레스토랑 컨설턴트입니다. 제 일은 '성공 시스템'을 파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제가 "저에게 맡기시면 다 됩니다"라고 말한다면, 저 역시 '환상'을 파는 또 다른 '본사'일 뿐입니다.
제 진짜 역할은, 당신이 '시스템'을 스스로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입니다.
당신이 '가게'라는 집을 짓는 '건축가'라면, 저는 그 옆에서 설계도를 함께 보고, 어떤 자재가 당신의 예산에 맞는지(자원 최적화), 기둥은 어디에 세워야 하는지(운영 시스템) 조언하는 '기술자'입니다.
A버거의 8천 원짜리 커피 스틱은, 외식업 창업을 준비하는 우리 모두에게 뼈아픈 교훈을 던졌습니다.
'시스템 구매'의 길은 달콤해 보이지만, 그 끝은 '종속'입니다.
'시스템 구축'의 길은 고되고 외로워 보이지만, 그 끝에 '주권'이 있습니다.
'가맹 점주'가 될 것입니까, '사장'이 될 것입니까?
'환상'을 구매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당신의 '시스템'을 구축하시겠습니까?
부디 '구매자'가 아닌 '건축가'의 길을 선택하십시오. 그것이 8천 원짜리 커피 스틱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가장 비싸고도 확실한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