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
요즘 식당 사장님들을 만나면 대화는 으레 배달앱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마치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처럼, 별점 0.1점에 일희일비하고 악의적인 리뷰 하나에 밤잠을 설치십니다. 솔직히 말해볼까요? 저 역시 제 스마트폰 배달앱에서 별점 4.8점 이하의 식당은 무의식적으로 거르게 되니, 사장님들의 그 노심초사를 어찌 모르겠습니까. 디지털 시대에 별점과 리뷰는 생존과 직결된 성적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우리가 목숨처럼 여기는 그 ‘별점 5점’이 과연 최종 목적지일까요? 만점을 받기 위해 리뷰 이벤트를 열고, 찜과 좋아요 개수에 연연하는 동안, 우리는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바로 화면 너머에 있는 고객의 ‘마음’입니다.
오늘은 차가운 디지털 숫자에 가려진 고객의 따뜻한 마음을 얻는 법, 기술의 시대에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하는 인간적인 소통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고객이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내가 주문한 음식이’, ‘따뜻하고 맛있게’, ‘제시간에 도착하는 것’. 이것이 깨지지 않는 한, 고객은 불만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별점 5점을 누르죠.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그 경험은 다음 날이면 잊힙니다. 왜냐고요? 아무런 ‘사건’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바로 ‘기대 위반 이론’이 끼어들 틈이 있습니다. 고객의 기본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예상치 못한 ‘긍정적 위반’을 통해 만족을 감동으로 바꾸는 작은 ‘사건’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늘 시키던 떡볶이를 주문했는데, 포장 용기 위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손편지가 붙어 있습니다.
“오늘 유난히 비가 오네요. 부디 맛있는 떡볶이 드시고 뽀송한 저녁 보내세요!”
이 순간, 고객은 그냥 떡볶이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익명의 사장님으로부터 따뜻한 안부를 건네받은 겁니다. 수많은 배달 음식점 중 하나였던 가게가, 내 저녁을 걱정해 주는 특별한 존재로 각인되는 순간입니다.
작은 서비스 메뉴 하나, 정성껏 디자인한 포장 용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덤’이나 ‘포장재’가 아닙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주문 번호 1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가장 강력하고 인간적인 메시지입니다.
이런 ‘작은 반란’들이 모여 배달 음식을 뜯는 행위를 하나의 즐거운 ‘언박싱(Unboxing)’ 경험으로 바꾸고, 고객의 마음에 우리 가게만의 특별한 흔적을 남깁니다.
물론 항상 긍정적인 경험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배달이 늦거나, 음식이 식거나, 주문이 누락되는 실수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때 고객은 ‘부정적 기대 위반’을 경험하며 분노하고, 그 감정은 별점 1점과 신랄한 리뷰로 표출됩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기계적인 사과 댓글을 다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이 위기의 순간, 우리는 ‘귀인 이론(Attribution Theory)’이라는 심리학의 렌즈를 꺼내 들어야 합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사람들은 어떤 사건의 원인을 추론하려 하며 그 원인을 어디에서 찾느냐에 따라 태도가 결정된다는 겁니다.
우리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고객이 이번 실수의 원인을 ‘원래 이 가게는 형편없다’(내부적, 안정적 원인)가 아니라, ‘오늘따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나 보다’(외부적, 일시적 원인)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냐고요? ‘진정성’과 ‘구체성’이 담긴 사과가 그 열쇠입니다.
나쁜 예: “죄송합니다. 앞으로 개선하겠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지 알 수 없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음)
좋은 예: “OOO 고객님, 먼저 귀한 식사를 망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확인해보니 오늘 저녁 갑작스러운 폭우로 배달 요청이 폭주하면서, 저희가 미처 라이더님을 제때 배정하지 못해 음식이 식은 채로 도착한 것 같습니다. 전적으로 저희의 불찰입니다. 다음 주문 시 사용하실 수 있는 쿠폰을 발급해 드렸으며, 차후 이런 일이 없도록 배달 지연 예상 시 즉시 고객님께 안내해 드리는 시스템을 마련하겠습니다.”
보십시오. 이 사과문에는 ‘폭우와 주문 폭주’라는 외부적 상황이 언급되어 있고, ‘시스템 마련’이라는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고객은 ‘아, 나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구나. 그래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이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진심을 다해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은, 때로 수백 개의 5점짜리 리뷰보다 더 강력한 신뢰를 구축합니다. 분노했던 고객이 오히려 가게의 입장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찐팬’으로 돌아서는 기적은, 바로 이런 디테일에서 시작됩니다.
궁극적으로 배달앱은 고객과 우리 가게를 연결하는 ‘다리’일 뿐, 최종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훌륭한 비대면 경험은 고객으로 하여금 ‘이 가게, 직접 한번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온라인으로 우리를 처음 만난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했을 때, 우리는 그들에게 또 한 번의 ‘긍정적 기대 위반’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달 주문 내역을 확인하고 “배달로만 뵙다가 이렇게 직접 찾아주시니 정말 반갑습니다. 감사한 마음에 저희가 만든 특별한 디저트 먼저 맛보시겠어요?”라고 제안하는 겁니다. 고객은 자신이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기억되고 환대받는 존재임을 느끼게 됩니다.
비대면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인간적인 접촉과 실제 공간이 주는 아늑함에 목마름을 느낍니다. 배달로는 결코 전달할 수 없는 가게의 공기, 배경 음악, 직원들의 활기찬 에너지, 셰프의 열정이 담긴 주방의 소리. 이것이야말로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오프라인 경험입니다.
배달앱, SNS, 디지털 리뷰. 이 모든 것은 외식업의 본질을 바꾼 것이 아니라, 고객과 소통하는 ‘도구’를 바꾼 것뿐입니다. 우리는 이 도구들을 능숙하게 사용해야 하지만, 도구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별점 5점이라는 숫자에 매몰되는 순간, 우리는 그 숫자를 만들어내는 진짜 이유, 즉 고객의 마음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오늘 당장, 사장님의 가게에서 나가는 배달 봉투에 작은 손편지 한 장을 넣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악성 리뷰에 상처받기보다, 그 안에 숨겨진 고객의 실망한 마음을 먼저 읽어보려 노력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계산된 마케팅이 아닌,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만나는 따뜻한 진심입니다.
사장님께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가게는 배달앱 목록 속 수많은 이름 중 하나로 남겠습니까, 아니면 고객의 일상에 스며드는 따뜻한 기억으로 남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