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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먹는가?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09-22 08:58:37
  • 수정 2025-09-25 15: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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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을 넘어 문화를 소비하는 시대의 레스토랑

[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언제부터였을까요. 갓 나온 음식을 앞에 두고 숟가락을 들기 전,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 것이 식사의 당연한 의식이 된 것이 말입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요즘 젊은이들의 가벼운 허세'라며 혀를 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보편적인 풍경 속에서, 오늘날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거대한 시대적 전환을 봅니다.


과거, 외식의 목적은 명확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 혹은 '기념일을 축하하는 것'. 그러나 지금 고객들은 레스토랑에서 단순히 음식만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음식을 매개로 한 특별한 '경험'을 원하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오늘, 저는 이 현상을 두 명의 위대한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과 피에르 부르디외의 눈을 빌려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조금 딱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들의 이론은 지금 우리 식당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놀라울 만큼 명쾌하게 설명해 줍니다.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의 무대, 그리고 배우가 된 손님



"인생은 연극이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의 통찰입니다. 그는 우리가 사회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며 타인에게 보여지는 인상을 관리한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연극이론'에 따르면, 현대의 레스토랑만큼 이 연극을 상연하기에 완벽한 '무대'는 없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인테리어는 '무대 장치'이고, 직원의 유니폼은 '의상'이며, 메뉴판은 잘 짜인 '각본'입니다. 그리고 셰프와 서버는 각자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죠. 그렇다면 손님은 누구일까요? 그저 수동적인 '관객'일까요? 아닙니다. 오늘날의 손님은 이 연극에 직접 참여하여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는 또 다른 '배우'가 되기를 원합니다.


성수동의 어느 힙한 카페를 예로 들어볼까요? 거친 질감의 콘크리트 벽, 나른한 인디 음악, 바리스타의 현란한 드립 커피 퍼포먼스. 이 모든 것은 '우리는 이렇게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공간이다'라는 연극을 상연하는 장치들입니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은 손님은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통해 '나는 이런 트렌드를 향유할 줄 아는 세련된 사람'이라는 역할을 연기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은, 바로 이 성공적인 연기를 증명하는 '무대 인증샷'인 셈이죠.



취향이 계급이 될 때, '문화 자본'의 맛



자, 이 멋진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연극을 제대로 즐기려면 그 연극의 '문법'을 이해해야 하니까요. 여기서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 자본'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그는 돈으로 환산되는 '경제 자본' 외에도, 한 사람의 취향, 지식, 교양 등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본'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레스토랑은 이 '문화 자본'을 과시하고 습득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입니다. 내추럴 와인 바에서 '펫낫(Pét-Nat)'과 '오렌지 와인'의 차이를 알고, 낯선 품종의 풍미를 자신 있게 표현하는 행위는 단순히 와인을 마시는 것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나는 이 정도의 지식과 취향을 갖춘 사람이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자신의 문화 자본을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오마카세 스시야에서 셰프가 내어주는 희귀한 생선의 이름을 알아맞히고 그 숙성도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손님은, 그렇지 못한 손님과 보이지 않는 '구별짓기'를 하게 됩니다. 레스토랑은 바로 이 '아는 자'와 '모르는 자'를 구분 짓는 미식의 시험대이자, 문화 자본을 축적하는 학습의 장이 됩니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자신의 지적, 사회적 지위를 맛보고 있는 것입니다.



'문화 감독'으로서의 레스토랑 경영자



이쯤 되면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사장님들의 역할 또한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이제 사장님들은 단순히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아니라, 한 편의 연극을 총괄하는 '문화 감독'이 되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나의 레스토랑은 지금 어떤 이름의 연극을 상연하고 있는가?"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 어떤 멋진 역할을 선물하고 있는가?" "손님들은 우리 가게를 통해 어떤 종류의 문화 자본을 얻어갈 수 있는가?"


증명하는 진정성'이라는 연극을 상연합니다. 손님들은 그곳에서 '본질의 맛을 아는 미식가'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반면, 화려한 호텔 라운지는 '상류 사회의 우아함'이라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손님은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나 '여유로운 사교계 인사'가 되는 경험을 합니다. 이 두 연극에 우열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가게가 어떤 연극을 할 것인지 명확히 정하고, 그에 맞는 무대와 각본, 배우를 일관되게 준비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고객들은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에 가지 않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채우기 위해 식당에 갑니다. 음식은 그 경험을 위한 훌륭한 '티켓'이지만, 결코 경험의 전부는 아닙니다. 앞으로의 시대에 살아남고 사랑받는 레스토랑은, 최고의 음식을 내는 곳을 넘어, 고객의 삶에 가장 멋진 역할을 선물하는 '최고의 무대'가 될 것입니다. 사장님들, 당신의 무대는 오늘 어떤 막을 올릴 준비가 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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