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여기, 당신이 밤새워 준비한 사업 계획서를 발표하는 자리가 있습니다. 가족, 친구, 동료들이 모여 당신의 빛나는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입니다. 발표가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이거 대박이다!", "넌 무조건 성공할 거야!" 칭찬과 격려가 쏟아집니다. 아마 창업을 준비하며 가장 뿌듯하고 행복한 순간일 겁니다.
그런데 저는 감히 말하겠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 당신의 사업에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왜냐고요? 만장일치의 박수갈채는 우리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고, 현실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달콤한 '독'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은 가장 크게 박수 쳐주는 응원단장이 아니라, 가장 곤란하고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이단아'입니다.
오늘 저는 당신의 성공을 위해, 당신의 계획에 일부러 흠집을 내고 태클을 걸어줄 전문가, 바로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고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낯선 이름이라고요? 본래 가톨릭에서 성인(聖人)을 추대할 때, 후보자의 신성함에 의문을 제기하고 인간적인 결함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역할을 맡은 사제를 지칭하던 말입니다. 혹독한 검증을 통과해야만 진짜 성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이죠. 당신의 사업 아이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악마의 검증을 통과해야 비로소 '성공'이라는 성인의 반열에 오를 자격이 생기는 것 아닐까요?

왜 우리는 이토록 비판에 인색하고, 칭찬에 관대한 걸까요? 이는 우리가 앞서 살펴본 '확증 편향'과 '과신 편향'이라는 심리적 함정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내 생각이 옳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 하고, 주변의 지지는 그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집단적 확신이 얼마나 큰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코닥(Kodak)입니다. 1975년, 코닥의 젊은 엔지니어였던 스티브 새슨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했습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 기술은 세상을 바꿔놓았죠. 그런데 왜 코닥은 디지털 시대의 제왕이 되기는커녕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당시 코닥의 주 수입원은 필름 판매였습니다. 경영진은 디지털카메라가 자신들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필름 사업을 잡아먹을 것이라고 두려워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은 사진을 인화해서 앨범에 꽂아두는 것을 좋아해", "디지털 화질은 아직 멀었어" 와 같은 자기 합리화에 빠져 이 위대한 발명을 스스로 묻어버렸습니다. 그들의 회의실에는 아무도 "만약 우리가 틀렸다면요? 만약 세상이 필름을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된다면요?"라는 끔찍한 질문을 던지는 '악마의 변호인'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만장일치로 스스로의 무덤을 판 셈입니다.
이는 비단 거대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때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대만 카스테라' 열풍을 기억하십니까? "지금이 기회다!"라는 주변의 부추김과 "나도 월 수천만 원 벌 수 있다"는 희망에 수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이 유행이 끝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옆 가게보다 나은 점이 정확히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그토록 많은 눈물이 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악마의 변호인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는 당신의 사업 계획서를 '스트레스 테스트'하며 다음과 같은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져야 합니다.
매출 스트레스 테스트: "사장님이 제시한 희망적인 예상 매출의 딱 50%만 나온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래도 버틸 수 있습니까? 몇 달이나 버틸 수 있죠?"
경쟁 시나리오: "만약 내일 당장, 막강한 자본을 가진 경쟁자가 바로 옆 가게에 똑같은 아이템으로 더 싸게 판다면 어떻게 대응하실 겁니까?"
출구 전략: "만약 이 사업이 실패한다면, 최악의 경우 투자금의 몇 퍼센트를 회수할 수 있습니까? 권리금은요?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올 구체적인 계획이 있습니까?"
고객 관점의 'Why': "사실 고객 입장에서는 사장님 가게가 아니어도 대안은 널려있습니다. 그 수많은 대안을 버리고 굳이 사장님 가게에 와야 할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유행 vs. 트렌드: "사장님의 아이템은 반짝하고 사라질 '유행'입니까, 아니면 오래 지속될 '트렌드'입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객관적인 근거는 무엇이죠?"
이 질문들에 막힘없이 대답할 수 없다면, 당신의 사업 계획은 아직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역할은 누가 맡아야 할까요? 첫째,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한번 망해본 사람을 찾으십시오. 쓰라린 실패를 경험해 본 사람의 조언은 이론이 아닌 현실에 발 닿아 있습니다. 둘째, 데이터 기반의 냉철한 컨설턴트입니다. 좋은 컨설턴트는 당신의 꿈에 박수 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라는 팩트로 당신의 꿈을 검증하는 사람입니다. 셋째, 비판에 감정이 없는 AI입니다. AI는 당신의 열정에 감동하지 않습니다. 오직 시장 데이터와 성공 확률이라는 차가운 현실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창업 과정에서 마주하는 비판은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비판은 실패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막아주는 가장 효과적인 '백신'입니다. 미리 작은 실패(비판)를 경험함으로써, 모든 것을 잃는 최악의 실패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죠.
창업가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당신의 꿈에 환호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의 꿈을 '현실'이라는 모루 위에 올려놓고, 가차 없이 두드려 약점을 찾아내고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그 아픈 담금질을 견뎌낸 꿈만이 비로소 진짜 강철이 되어 세상과 당당히 맞설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 곁에는, 당신의 성공을 위해 기꺼이 '악마'가 되어줄 사람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