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사장님, 혹시 식당 앞 길목에서 전단지를 돌려본 적 있으십니까? 혹은, 지역 신문에 큼지막하게 광고를 내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할인 문자를 보내본 경험은 없으신지요. 우리는 오랫동안 이것이 마케팅의 정석이라고 믿어왔습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자주 우리 가게의 이름을 알리는 것. 마치 드넓은 광장에서 확성기를 들고 “제발 우리 가게로 오세요!”라고 외치는 것과 같았죠.
하지만 한번 솔직해져 봅시다. 그 전단지의 99%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하지 않았나요? 광고비를 쏟아부은 만큼 손님이 늘던가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보낸 할인 문자는 대부분 ‘스팸 신고’라는 슬픈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인정해야 합니다. ‘모두’를 향한 마케팅은 허공에 외치는 소리에 불과하며, 그 시대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AI라는 새로운 지휘자가 등장하면서, 마케팅의 오케스트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연주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방식이 거대한 북을 울려 모두의 주목을 끌려는 시도였다면, 이제는 한 사람의 귓가에만 들릴 듯 말 듯, 그러나 심장을 파고드는 바이올린 선율을 속삭이는 시대입니다. ‘모두’를 위한 맛집이라는 헛된 환상에서 벗어나, 오직 ‘한 사람’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것. 이것이 AI 시대 마케팅의 본질입니다.
애초에 우리 동네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식당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얼큰한 국물을 사랑하는 김 부장님과, 채식주의자인 박 대리님,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가 중요한 최 사원 모두를 단골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랫동안 ‘더 많은 손님’이라는 막연한 목표에 집착해왔습니다.
이것은 마치 거대한 그물로 바다를 훑는 것과 같습니다. 운이 좋으면 몇 마리 물고기가 걸려들겠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라는 연료를 낭비하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잡힌 물고기가 정말 우리가 원하던 고객인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AI 시대의 마케팅은 이 어리석은 그물을 버리고, 특정 물고기만 정확히 낚아채는 ‘스나이퍼의 작살’을 손에 쥐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작살의 이름은 바로 ‘데이터’입니다.
사장님, 당신의 고객은 정말 숫자로만 이루어진 매출 보고서일까요? 아닙니다. 당신의 포스(POS) 기계와 예약 시스템, 배달앱에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과 습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대리는 매주 화요일 점심, 동료 3명과 함께 와서 늘 파스타와 피자를 시킨다.’
‘김 부장님은 한 달에 두 번, 금요일 저녁에 혼자 와서 위스키 한 잔과 스테이크를 즐긴다.’
‘최 사원 가족은 아이들 생일마다 예약하며, 언제나 초코 케이크를 추가로 주문한다.’
과거에는 이 모든 것을 사장님의 머릿속에만 담아두거나, 단골 장부에나 희미하게 기록해두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AI라는 유능한 비서가 이 모든 데이터를 24시간 분석하고, 기억하고, 활용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글로벌 커피 제국 스타벅스를 보십시오. 그들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커피 맛에만 있지 않습니다. 스타벅스 리워드 앱은 철저히 개인화되어 있습니다. 제가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시는 고객이라면, 앱은 제게 신제품 라떼가 아닌 콜드브루를 추천합니다. 제 이름을 불러주며, 저만을 위한 할인 쿠폰을 보내주죠. 마치 나를 잘 아는 단골 카페 사장님처럼 말입니다. 이 정교한 시스템의 배후에 바로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학습하는 AI가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추천 알고리즘, 넷플릭스가 당신의 시청 기록을 바탕으로 첫 화면을 완전히 다르게 구성하는 것 모두 같은 원리입니다. 이제 이 강력한 무기를 동네의 작은 레스토랑도 손에 쥘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똑똑한 AI 집사는 우리 식당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당신이 파스타 전문점을 운영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고객 관리(CRM) 시스템에 연동된 AI가 한 달 넘게 방문이 없는 단골 고객 ‘박 대리’를 찾아냅니다. 이때 AI는 박 대리가 과거에 크림 파스타를 유난히 좋아했다는 데이터를 기억해냅니다. 그리고는 자동으로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발송합니다.
“박대리님, 잘 지내시죠? 저희 키친에 꾸덕한 크림이 일품인 신메뉴 ‘트러플 크림 뇨끼’가 출시되었는데, 대리님 취향에 딱 맞을 것 같아 가장 먼저 연락드렸습니다. 이번 주 방문 시 와인 한 잔 서비스로 드릴게요.”
어떻습니까? ‘전 고객 대상 신메뉴 출시 10% 할인!’이라는 무미건조한 전체 문자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마음을 움직이지 않나요? 이것은 스팸이 아니라 ‘나를 알아주는 반가운 연락’이 됩니다.
배달앱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는 당신 가게에서 찜닭을 자주 시켜 먹는 고객 그룹을 찾아내, 그들에게만 ‘신메뉴 로제 찜닭 출시 기념, 중국 당면 추가 무료!’ 같은 타겟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습니다. 닭발을 좋아하는 고객에게 찜닭 광고를 보내는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초개인화 마케'팅의 최종 목표는 단순히 물건을 한 번 더 파는 것이 아닙니다. 내 가게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자발적으로 주변에 홍보해주는 ‘팬(Fan)’을 만드는 것입니다.
나의 취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제안하며, 나를 특별한 존재로 대접해주는 가게를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요? 고객은 이런 경험을 통해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가게의 든든한 지지자이자 응원군이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팬덤은 어설픈 광고 캠페인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이제 선택의 시간입니다. 사장님, 언제까지 모두를 사랑하겠다는 헛된 짝사랑을 계속하시겠습니까?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는 노력은 결국 누구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AI와 데이터라는 새로운 무기를 들고, 당신의 가게를 가장 사랑해 줄 ‘단 한 사람’을 찾아내십시오.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에 깊고 선명한 흔적을 남기십시오. 그 한 사람을 완벽한 팬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그다음은 그 경험을 다른 한 사람에게 또 복제하면 됩니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쌓아 올린 팬덤이야말로 그 어떤 불황의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당신만의 왕국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늘 깨어 있는 당신과 레스토랑을 응원합니다~
인포마이너: ikjunj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