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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 가게의 가장 소중한 컨설턴트는 '불만족한 고객'일까?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10-15 21: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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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칭찬이라는 ‘안전벨트’의 달콤한 배신
  • 불만은 공격이 아니라 ‘데이터’이다
  • 쓴소리를 황금으로 바꾼 식당들

[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1. 5점 만점에 1점: 사장님의 심장을 찌르는 별점


여기 두 개의 리뷰가 있습니다. 하나는 “인생 맛집! 사장님, 돈쭐나세요!”라며 별 다섯 개를 꽉 채운 칭찬 일색의 글입니다. 다른 하나는 “다시는 안 갑니다. 음식은 차갑고 직원은 불친절해요”라며 별 한 개와 함께 날카로운 비판을 담은 글입니다. 사장님들, 솔직히 어떤 글에 마음이 더 가십니까? 당연히 전자일 겁니다. 5점짜리 리뷰는 지난 고생을 보상받는 듯한 쾌감을 주고, 1점짜리 리뷰는 심장에 비수를 꽂는 듯한 고통을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칭찬에 귀를 기울이고, 비판에는 귀를 막으려 합니다. “저 손님이 유난히 까다로운 거야”, “경쟁 가게에서 일부러 남긴 글일지도 몰라”라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이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사장님들의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이 바로 이 ‘인간적인 반응’일 수 있다는, 조금은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고통스러운 1점짜리 리뷰 속에, 수백만 원짜리 컨설팅 보고서보다 더 값진 성공의 지도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2. 칭찬이라는 ‘안전벨트’의 달콤한 배신


자동차 안전벨트가 운전자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오히려 운전자를 난폭하게 만든다는 ‘펠츠먼 효과(Peltzman Effect)’, 이제는 익숙하시죠? 이 이론을 우리 가게로 가져와 봅시다. 우리 가게의 안전벨트는 무엇일까요? 바로 저 5점짜리 리뷰들, 단골들의 찬사, SNS의 ‘좋아요’ 세례입니다. 이 ‘긍정적 피드백’이라는 푹신한 안전벨트는 우리에게 “아, 우리 가게는 꽤 괜찮아”, “이 정도면 손님들도 만족하고 있어”라는 달콤한 안정감을 줍니다.


문제는 바로 이 안정감이 우리를 잠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칭찬에 취해, 우리는 더 이상 발전하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주방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는 눈은 무뎌지고, 신메뉴를 개발하려는 열정은 식어버립니다. 직원의 서비스 교육은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믿음으로 대체됩니다. 칭찬이라는 안전벨트는 그렇게 우리를 ‘안일함’이라는 졸음운전으로 이끕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가게 앞 손님의 줄이 줄어들고, 매출이 꺾이는 ‘사고’를 마주하고 나서야 우리는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 리츠칼튼(Ritz-Carlton) 이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아주 만족’이라는 답변에 안주하지 않고, ‘불만족’이라고 답한 고객에게 집요하게 그 이유를 묻는 것은 바로 이 펠츠먼 효과의 함정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칭찬이 조직을 현상 유지하게 만들고, 불만이야말로 혁신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3. 불만은 공격이 아니라 ‘데이터’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당신의 가장 불만족한 고객이 당신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다(Your most unhappy customers are your greatest source of learning).” 이 문장이야말로 이 칼럼의 모든 것을 요약합니다. 1점짜리 리뷰, 고객의 컴플레인은 사장님에 대한 인신공격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가게의 시스템이 어디서 삐걱거리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무료 진단 데이터’입니다.


한번 분석해 볼까요?


  • “음식이 차갑게 식어서 나왔어요”: 이 불만은 단순히 그날 주방장의 실수가 아닐 수 있습니다. 주방에서 홀까지 음식이 나가는 동선에 문제가 있거나, 홀 서버의 인원이 부족해 음식이 방치되고 있다는 ‘시스템의 약점’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 “직원이 인상 쓰고 주문받아서 기분 나빴어요”: 이것은 그 직원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거나, 제대로 된 서비스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직원들 간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인사 관리의 적신호’일 수 있습니다.


  • “SNS 사진 보고 기대하고 갔는데, 양이 너무 적네요”: 이보다 더 좋은 마케팅 데이터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것은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하는 ‘기대 가치(마케팅)’와 실제 제공하는 ‘경험 가치(제품)’ 사이에 격차가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마케팅 메시지를 수정하든, 실제 음식의 양을 늘리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물론, 세상에는 아무런 논리 없이 비난만 퍼붓는 ‘악성 리뷰어’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구체적인 불만을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우리 가게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런 경험을 했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라고 말을 걸고 있는 것입니다. 이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은 의사가 환자의 고통 호소를 외면하는 것과 같습니다.



4. 쓴소리를 황금으로 바꾼 식당들


미국의 유명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Shake Shack) 의 창업자 대니 마이어는 ‘환대(Hospitality)’ 철학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철학의 핵심은 실수를 덮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만회할 기회로 삼는 것입니다. 한 고객이 감자튀김이 눅눅하다고 불평하면, 그들은 단순히 새 감자튀김을 주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정중하게 사과하고, 갓 튀긴 감자튀김과 함께 밀크셰이크 쿠폰을 건네며 “저희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고객의 불만을 ‘위기’가 아닌, 우리 브랜드의 철학을 보여줄 ‘기회’로 만든 것입니다. 이 경험을 한 고객은 단순한 불만 고객에서 평생의 충성 고객, 즉 ‘팬’으로 변하게 됩니다.


국내의 한 유명 국밥집 사례는 더욱 인상적입니다. 어느 날 단골손님이 “사장님,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 깍두기에서 공장 맛이 나요”라고 툭 던졌습니다. ‘점장형 사장’이었다면 “다들 맛있다고 하는데요?”라며 기분 나빠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사장님’은 그날 밤 잠을 설쳤습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최근 바꿨던 김치 납품업체가 문제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다음 날 즉시 예전 업체로 바꾸고, 그 손님에게 “덕분에 저희 집 깍두기가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음료수를 서비스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 그 국밥집은 ‘고객의 쓴소리도 귀담아듣는 진짜 맛집’이라는 더 큰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5. 어떻게 ‘스승’을 우리 편으로 만들 것인가?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소중한 스승, 즉 불만족한 고객을 우리 가게의 적극적인 성장 파트너로 만들 수 있을까요?


첫째, 불만을 말할 ‘판’을 깔아주십시오. 고객이 배달 앱이나 포털 사이트에 1점짜리 리뷰를 남기기 전에, 가게 안에서 먼저 불만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테이블 위의 작은 QR코드 설문조사, 계산서에 첨부된 의견 카드 등은 고객에게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라는 적극적인 신호입니다. 비판을 공개적인 장소가 아닌, 우리에게 먼저 이야기할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습니다.


둘째, 우리 편으로 ‘악마의 변호인’을 만드십시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일부러 반대 의견을 내는 ‘레드팀(Red Team)’처럼, 주기적으로 직원이나 친한 지인에게 손님의 입장에서 우리 가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해달라고 부탁하십시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약점을 찾아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셋째, 불만을 ‘시스템’으로 관리하십시오. 고객의 불만은 한번 듣고 흘려버리면 그저 소음일 뿐입니다. 접수된 불만을 엑셀 파일이든 수기 장부든 기록하고, 주기적으로 검토하며 패턴을 찾아야 합니다. ‘음식이 짜다’는 불만이 한 달에 5번 이상 접수되었다면, 이것은 더 이상 손님의 입맛 문제가 아니라 우리 주방의 레시피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6. 위대한 식당은 칭찬이 아니라 비판을 먹고 자랍니다


이제 글을 맺겠습니다. 칭찬은 우리를 춤추게 합니다. 하지만 그 춤이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허상의 춤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쓴소리는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그 아픔은 성장을 위한 건강한 근육통입니다.


사장님들, 오늘부터 1점짜리 리뷰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십시오. 그것은 더 이상 당신을 향한 공격이 아닙니다. 우리 가게가 더 위대해질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소중한 나침반이자, 수백만 원을 아껴주는 유능한 컨설턴트의 목소리입니다.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용기, 그 쓴소리를 보약처럼 삼키는 지혜야말로 찰나의 ‘맛집’을 100년 가는 ‘노포(老鋪)’로 만드는 진정한 힘이 될 것입니다.




늘 깨어 있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인포마이너 ikjunj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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