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옛 시절의 영주들은 왜 성(城)을 지었을까요? 비옥한 평야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혹은 강과 길이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에 성을 세웠습니다. 성은 백성에게는 보호와 교역의 장을, 영주에게는 권력과 부를 안겨주는 원천이었습니다. 성벽의 높이와 위치가 곧 영주의 세력이었죠.
시대가 흘러 왕과 영주는 사라졌지만, '성'을 쌓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들은 돌과 흙 대신 콘크리트와 통유리로, 해자(垓子) 대신 거대한 주차장으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합니다. 오늘날의 '데스티네이션 레스토랑'이 바로 그 현대의 성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특별한 하루를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 성을 찾아옵니다.
오늘 우리가 해부해 볼 ‘강변의 거대한 빵의 성(城), A’는 바로 이 현대판 성의 전형입니다. 그렇다면 이 성은 과연 무엇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어떻게 그 지배력을 유지할까요? 단순히 맛있는 빵과 커피만으로 이 거대한 성을 지탱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 ‘성주(城主)’가 되기를 꿈꾸는 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성공의 법칙을 탐사해 보겠습니다.
모든 성의 운명은 그 터가 결정합니다. 데스티네이션 레스토랑에게 입지는 여러 성공 요인 중 하나가 아니라, 존재의 이유 그 자체입니다. A가 세워진 곳은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국민 관광지 바로 옆입니다. 이는 마치 중세 시대 가장 붐비는 교역로 길목에 성을 세운 것과 같습니다. 성주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수많은 잠재 고객들이 성문 앞을 저절로 지나가는 셈입니다. 이 얼마나 강력한 특권입니까?
하지만 역사는 말합니다. 모든 특권에는 그늘이 따르는 법이라고. 이처럼 매력적인 영토는 A만의 것이 아닙니다. A의 성공을 본 수많은 경쟁자들이 주변에 우후죽순처럼 자신들의 깃발을 꽂기 시작했습니다. 이 풍경은 마치 아프리카의 비옥한 삼각주를 연상시킵니다. 먹이가 풍부해 수많은 포식자들이 모여들죠. A는 그중 가장 큰 포식자 중 하나지만, 잠시라도 방심하면 다른 포식자에게 먹이를 빼앗기는 냉혹한 생태계입니다.
결국 입지는 폭군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달콤한 기회를 안겨주지만, 이내 그 기회에 안주하는 자를 가차 없이 심판합니다. 입지는 성공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단지 전쟁터에 나설 자격을 부여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입니다.
자, 성주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입니다. 성문 앞을 지나가는 저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어떻게 성 안으로 멈춰 세울 것인가? 여기서 많은 이들이 ‘맛’이라는 무기를 떠올립니다. 물론, 성 안의 음식이 형편없다면 아무도 찾지 않겠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동네에서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빵 하나를 위해 한두 시간을 운전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구경거리’, 즉 ‘경험’입니다. A가 파는 것은 빵이 아니라, ‘북한강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빵을 먹으며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입니다. A의 진짜 상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대 장치로서의 건축: 높은 층고와 거대한 통창은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닙니다. 북한강이라는 거대한 자연의 스크린을 가장 극적으로 감상하게 해주는 ‘극장’입니다. 고객은 기꺼이 비싼 티켓 값을 내고 이 극장에 입장하는 관객입니다.
인증 가능한 경험: 아름다운 플레이팅, 감각적인 포토존은 고객이 “나는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세상에 자랑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고객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SNS에 성의 아름다움을 홍보하는 마케터가 됩니다.
사람들은 빵 맛을 기억할까요, 아니면 통창 너머로 붉게 물들던 노을을 기억할까요? 물론 둘 다 기억하면 최상이겠지만,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성주는 어디에 더 투자해야 할까요? 답은 명확합니다. 빵은 ‘충분히 맛있어야’ 하지만, 경험은 ‘압도적으로 특별해야’ 합니다.
성 안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면, 성주의 다음 고민은 이것이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저들이 성 안에 더 오래 머물며, 더 많은 돈을 쓰게 할 수 있을까?” 여기서 ‘딴짓’의 위대함이 발휘됩니다.
과거의 성 안에는 시장이 있었습니다. 대성당은 성물(聖物)을 팔았고, 박물관은 기념품을 팝니다. 왜일까요? 방문객 한 명에게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데스티네이션 레스토랑에게 F&B 매출에만 의존하는 것은, 외줄타기와 같은 아슬아슬한 전략입니다. 특히 A처럼 계절과 주말에 따라 매출 변동성이 큰 곳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위대한 ‘딴짓’은 다음과 같은 형태를 띨 수 있습니다.
기념품(MD) 판매: A의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 직접 만든 수제 잼, 특별히 블렌딩한 원두. 이것은 고객이 A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집으로 가져가게 하는 매개체입니다. 방문은 끝났지만, 브랜드와의 관계는 계속되는 것이죠.
선물용 상품 개발: 예쁘게 포장된 쿠키 세트나 선물하기 좋은 식빵. 이는 객단가를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경험 상품 판매: 주말에 열리는 베이킹 클래스, 루프탑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 이는 공간의 가치를 높이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강력한 콘텐츠가 됩니다.
훌륭한 ‘딴짓’은 본업을 보완하고, 방문객의 지갑을 한 번 더 열게 하는 영리한 상술이자, 브랜드의 경험을 확장하는 고도의 전략입니다. 빵만 팔아서는 연 매출 10억, 영업이익 1억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과거의 성이 물리적 영토를 지배했다면, 현대의 성은 사람들의 시간과 경험을 지배합니다. 성공적인 성주가 되려면 세 가지 법칙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에게 손님을 보내주지만 동시에 경쟁자도 보내주는 ‘폭군 같은 영토의 법칙’, 빵이 아니라 시간을 팔아야 한다는 ‘구경거리의 법칙’, 그리고 F&B를 넘어 수익을 다각화하는 ‘위대한 딴짓의 법칙’을 말입니다.
단순히 빵을 굽는 기술자에서 벗어나,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하루를 설계하고 선물하는 ‘경험의 설계자’가 될 때, 비로소 그 성은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반석 위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에서는, 빵 굽는 냄새와 함께 돈 세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 퍼지겠지요.
늘 깨어 있는 당신과 레스토랑을 응원합니다 ~~
인포마이너: ikjunj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