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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달에 300만 원을 벌고 싶다. 그럼 얼마를 팔아야 하지?”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10-15 00: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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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이익 목표로 역산하는 창업 시뮬레이션”


1. ‘꿈’에서 ‘계산’으로 내려오기


많은 예비 창업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장님, 저는 욕심 없어요. 한 달에 300만 원만 벌면 됩니다.”
듣기에 참 소박하고 착한 소망이다.


그런데 이 말은, 마치 “살 빼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만큼 모호하다.
‘얼마나, 어떻게’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300만 원을 벌고 싶다면, 그 300만 원이 어떤 계산의 결과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창업은 꿈이 아니라 수학 문제다.
답을 구하려면 식을 세워야 한다.



2. ‘순이익’은 마지막 줄의 숫자다


음식점 매출 구조를 단순화해보자.
당신이 치킨집을 열었다고 가정하자.


  • 매출 : 100%

  • 식재료비(원가) : 약 35%

  • 배달앱 수수료 및 광고비 : 15%

  • 인건비(알바 1명 기준) : 20%

  • 임대료 및 관리비 : 10%

  • 기타비용 (포장용품, 전기·가스, 세금 등) : 10%


합이 90%다.
남는 건 10%.


즉, 순이익률은 10% 수준이다.
이건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소형 외식업의 현실적 평균치다.
그러니 300만 원을 벌려면, 단순 계산으로 매출은 3,000만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그건 “장부상” 순이익이다.
실제 통장에 찍히는 돈은 여기서 세금, 사장 개인보험, 카드수수료 등을 빼야 한다.
실질 순수익은 매출의 8% 정도다.
결국, 한 달에 300만 원을 벌고 싶다면 매출은 3,750만 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



3. 그럼 하루에 얼마를 팔아야 할까?


이제 이 숫자를 하루 단위로 쪼개보자.
한 달 30일 기준으로 3,750만 원을 나누면, 하루 매출은 125만 원이다.


점심·저녁 2회전 하는 음식점이라면,
한 끼당 매출은 약 62만 원이다.
객단가 1만 원 기준이면 하루 62명이 들어와야 한다.
점심 30명, 저녁 32명이다.


그런데 여기엔 변수가 있다.
요일별 매출 차이, 비수기, 비 오는 날, 알바 결근,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배달앱 광고비 폭증.


이 모든 걸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하루 150만 원 매출은 되어야
‘통장에 300만 원’이 남는 구조다.



4. “생각보다 많이 팔아야 하네요?”


맞다.
대부분의 창업자가 첫 해에 놀라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아니,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왜 남는 게 없지?”


그건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계산 없이’.


사업은 열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많이 팔면 잘되는 게 아니라,
올바르게 팔아야 남는다.



5. 숫자가 알려주는 진실


이쯤에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
‘순이익률 10%’라는 말은, 마치 건강검진의 ‘평균 수치’와 같다.
누구에겐 괜찮은 숫자지만, 누군가에겐 병이다.


예를 들어, 배달 전문점
매출은 크지만, 수수료·광고비 비중이 높아 순이익률이 5~7%로 떨어진다.
반면, 포장 위주 매장
매출은 적지만 비용이 적어 20%까지도 남는다.


즉, 같은 ‘300만 원’을 벌더라도
배달형은 월매출 4,000만 원이 필요하고,
포장형은 1,500만 원이면 된다.


그래서 창업은 ‘메뉴’보다 ‘구조’가 중요하다.



6. “돈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라”


창업자들은 종종 매출 목표를 세우며 말한다.
“이번 달은 2,000만 원을 찍어보자!”
하지만 그건 목표가 아니라 구호다.


진짜 목표는 “이익을 남기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 •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셀프포장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 • 배달앱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직접 주문 채널을 만들 수 있다.

  • • 단가를 높이기 위해 세트메뉴 구조를 재설계할 수 있다.


이런 결정 하나하나가 ‘순이익 1%’를 만든다.
그리고 그 1%가 당신의 통장에 남는 진짜 돈이다.



7. “좋은 자리”는 보험료다


사람들은 자리를 고를 때 “월세 비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보험료다.


하루 매출 100만 원 나오는 자리에서
임대료 300만 원 내는 건 괜찮다.
반면 하루 매출 40만 원인 자리에
임대료 150만 원 내는 건 ‘비싼 망함’이다.


좋은 자리는 비싸지만,
나쁜 자리는 싸게 망한다.
월세는 비용이 아니라, 실패 확률을 줄이는 보험료다.



8. 창업은 숫자 감각의 훈련이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먼저 훈련해야 할 것은
손맛도, 마케팅도 아닌 ‘숫자 감각’이다.


매출, 원가, 인건비, 임대료, 이익률…
이건 사장님이 반드시 매일 봐야 하는 언어다.


돈은 정직하다.
숫자를 모르는 사람에게 절대 오래 머물지 않는다.



9. 계산에서 철학으로


숫자를 다루는 건 차갑지만,
그 계산이 만들어내는 건 따뜻한 삶이다.


당신이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조를 세운다면,
그건 더 이상 막연한 ‘꿈’이 아니다.
하루하루 현실이 되는 과정이다.



10. 마무리 — 숫자를 사랑하라


창업은 예술이 아니라 공학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진짜 예술은 균형감각이다.


무엇을 팔고, 어디서 팔고, 얼마나 남길지.
이 세 가지를 ‘감’이 아니라 ‘계산’으로 다룰 수 있을 때,
당신은 이미 사장이 아니라 경영자다.


300만 원을 벌겠다는 말,
그건 단순한 소망이 아니라
현실을 설계하려는 선언이다.


그러니 숫자를 두려워하지 말자.
계산은 냉정하지만,
그 냉정함이 바로 당신을 지켜주는 따뜻한 현실 감각이다.



요약 한 줄 (잊지 말자!)


“창업의 본질은 돈 버는 게 아니라, ‘돈이 남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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