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을 퇴사하고 야심 차게 ‘가격 파괴형’ 무한리필 고깃집을 창업했다가 폐업 직전에 몰린 주인공 '강혁'. 미스터리한 외식 컨설턴트 '유진'을 만나 '무한리필 비즈니스의 4가지 유형'이라는 성공 법칙을 배우며, 자신의 가게를 한 단계씩 레벨업 시켜나가는 현실 밀착형 성장 드라마. |
“사장님, 여기 소주 한 병, 맥주 한 병요!”
“네, 갑니다!”
나는 땀으로 축축한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테이블 사이를 종횡무진 누볐다. 심장은 터질 듯 뛰었고 등줄기는 땀으로 흥건했지만, 이상하게 지치지 않았다. 한때 대기업 마케팅팀의 반듯한 대리였던 나는, 이제 연기 자욱한 고깃집의 ‘젊은 사장’ 강혁이었다.
‘이거다. 이게 진짜 살아있는 비즈니스다.’
모니터 속 그래프와 보고서 숫자에 희비가 엇갈리던 지난날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지금 내 눈앞에는 진짜 고객이 있었고, 그들의 만족은 즉각적인 환호성으로 돌아왔다. 1인분에 1만 8천 원.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의 고기를 무한으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손님들은 열광했다. 오픈 한 달 만에 우리 가게는 동네 맛집 앱 상위권에 올랐고, 저녁이면 웨이팅 줄이 늘어섰다. 내 심장은 막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처럼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자정이 넘어 마지막 손님을 배웅하고 셔터를 내렸다. 방금 전까지의 열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고요함과 함께 처참한 전투의 흔적만이 남았다. 테이블 위에는 기름때 묻은 빈 그릇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바닥은 끈적거렸고, 공기 중에는 식어버린 고기 냄새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혁아, 마감하자.”
지친 목소리로 아르바이트생 민수가 말했다. 우리는 말없이 불판을 닦고, 바닥을 쓸고,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해치웠다. 새벽 2시, 모든 정리가 끝나자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민수를 택시 태워 보내고, 텅 빈 가게 구석의 작은 간이 테이블에 주저앉았다. 드디어, 한 달을 결산하는 시간이었다.
노트북을 켜고 엑셀 파일을 열었다.
우선, 포스기에 찍힌 숫자를 입력했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월 매출: 30,245,000원.
‘삼천만 원.’
숫자를 몇 번이고 다시 보았다. 창업을 준비하며 세웠던 첫 달 목표치를 150%나 초과 달성한 숫자였다. 그래,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 내 전략은 틀리지 않았다. ‘박리다매’. 싸게, 많이 팔면 무조건 남는다는 시장의 원리는 진리였다. 이 정도면 부모님께 빌린 돈도, 은행 대출금도 금방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비용을 입력할 차례였다.
가장 먼저, 식자재비. 매일 아침 정육점 사장님과 통화하며 받아온 고깃값, 채소 값, 쌀값… 엑셀이 합산한 숫자는 생각보다 컸다.
식자재 원가: 16,870,000원 (매출 대비 55.8%)
‘원가율이 좀 높네. 하지만 괜찮아, 무한리필이니까. 많이 파는 게 중요하지.’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음 항목으로 넘어갔다.
월 임대료 (50평): 5,500,000원 (VAT 포함)
보증금이 부족해 월세가 조금 센 곳이었지만, 목이 좋으니 감수해야 할 비용이었다.
인건비 (직원 3명, 주말 알바 2명): 7,800,000원
땀 흘려준 직원들을 생각하면 한 푼도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었다.
이제 거의 끝이 보였다.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인터넷, 세무 기장료, 카드 수수료… 자잘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비용들을 하나씩 더해나갔다.
공과금 및 기타 경비: 1,850,000원
모든 칸이 채워졌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의 셀. 매출에서 모든 비용을 빼는, 운명의 시간이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엔터키를 눌렀다. 과연 이번 달 나의 이익은, 나의 첫 월급은 얼마일까.
결과값이 화면에 나타났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1,775,000원.
마이너스.
적자였다.
잘못 계산한 게 분명했다. 마우스 커서가 미친 듯이 떨렸다. 숫자를 다시 확인하고, 수식을 점검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누락했던 자잘한 비품 구매 비용 몇 개를 더하니, 적자 폭은 더 커졌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한 달 내내 하루 4시간 쪽잠을 자며 가게에 매달렸다. 친구들의 연락도, 주말의 여유도 모두 반납했다. 손님들의 웃음소리와 ‘맛있다’는 칭찬에 모든 피로를 잊었다. 그렇게 내 모든 것을 갈아 넣은 한 달의 결과가 ‘마이너스 177만 원’이라니.
매출 3천만 원이라는 숫자는 신기루였다. 손님들로 가득 찼던 가게의 풍경은 나를 조롱하는 거대한 연극 무대처럼 느껴졌다. 나는 관객 없는 무대에서 혼자 땀 흘리며 춤을 춘 광대였다.
그렇다면, 내 월급은?
내 한 달 치 노동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부모님의 노후 자금은, 친구들의 축하와 격려는 이제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나는 텅 빈 가게에 홀로 앉아, 깜빡이는 엑셀 커서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마치 나의 심장박동처럼, 희미하게 점멸하는 그 작은 빛을 보며 나 자신에게 물었다.
“사장님, 제 월급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요?”
새벽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 질문에 답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2화에서 계속.....
레스토랑의 경영과 마케팅을 연구하고, 희망을 스토리텔링합니다.
골목길 컨설턴트: ikjunj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