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님 가게는 손님에게 ‘양이 많다’는 것 말고, 대체 무엇을 약속하는 곳입니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내 가게의 이름 ‘무조건 퍼주는 고깃집’이 그 질문에 대한 나의 유일하고도 초라한 답변이었다. 나는 그저 많이 퍼주기만 했을 뿐, 그 어떤 약속도, 철학도 담지 않았다. 대기업에서 수없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핵심 가치 제안’에 대해 떠들어댔던 내가, 정작 내 사업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비수처럼 심장을 찔렀다.
창피함에 얼굴이 불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부모님의 얼굴이, 나를 믿어준 친구들의 얼굴이, 그리고 텅 빈 내 통장이 나를 채찍질했다. ‘해답’. 그 가게 이름처럼, 어쩌면 그녀에게 정말로 해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비척거리며 일어나 찬물에 세수를 하고, 어젯밤의 그 허름한 골목길로 다시 향했다.
다행히 가게 문은 열려 있었다. 하지만 간판의 불은 꺼져 있었고, ‘심야식당’이라는 이름 대신 [점심 백반, 유진(有津)]이라는 작은 입간판이 놓여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주변 공사장 인부들과 직장인들이 하나둘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유진은 어젯밤과 똑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하지만 훨씬 더 분주하게 움직이며 뜨끈한 백반을 내어주고 있었다.
나는 손님들이 모두 빠져나간 오후 두 시가 되어서야 가게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고도 놀란 기색 없이, 그저 턱짓으로 어제의 그 자리를 가리켰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밑 빠진 독을 가진 사람들은 둘 중 하나거든요. 독을 깨부수고 도망가거나, 구멍을 막을 방법을 찾으러 오거나.”
그녀는 뜨거운 밥 한 공기와 잘 익은 김치찌개 한 뚝배기를 내 앞에 놓아주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서야 나는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유진은 설거지를 마치고 앞치마를 벗었다. 그리고 어젯밤처럼 내 옆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다시 열어보라고 했다. 그녀의 눈빛이 어젯밤보다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첫 번째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주제는 ‘가격 파괴형 모델은 왜 사업이 아니라 노동 착취인가’입니다.”
그녀의 말투는 대학 교수의 강의처럼 논리정연했다.
“사장님 같은 ‘가격 파괴형’ 모델은 겉보기엔 매우 합리적인 전략처럼 보입니다. 싸게 팔면 손님이 많이 올 것이고, 많이 팔면 이익이 날 것이다. 단순하고 명쾌하죠. 하지만 이 모델은 세 가지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습니다. 이건 마치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건물과 같아서, 아무리 비싼 대리석으로 외벽을 꾸며도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어요.”
그녀는 손가락 세 개를 폈다.
“첫째, ‘수익 없는 노동의 쳇바퀴’입니다. 어제 밑 빠진 독 이야기 기억나시죠? 사장님은 그 독을 채우기 위해 쉴 새 없이 달려야 합니다. 하지만 달려봐야 제자리인 햄스터 쳇바퀴 위에서 달리는 것과 같아요. 원가율 55%, 고정비 40%. 이 두 개의 숫자가 사장님 매출의 95%를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피땀 흘려 번 돈 1만 원 중, 9,500원은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스쳐 지나가는 돈이고, 고작 500원만이 사장님 몫이 될까 말까 한 돈이라는 겁니다. 이게 사업입니까? 저는 이걸 ‘자영업자를 향한 셀프 노동 착취’라고 부릅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은 칼날처럼 정확하게 내 현실을 베어냈다.
“둘째, ‘고객 충성도의 부재’입니다. 사장님은 단골손님이 꽤 있다고 생각하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오는 손님도 있었다.
“착각입니다. 그들은 사장님 가게의 단골이 아니라, ‘싼 가격’의 단골일 뿐입니다. 그들은 철새와 같아요. 항상 더 따뜻하고 먹이가 풍부한 곳, 즉 100원이라도 더 싼 곳을 찾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만약 내일 당장 옆 가게에서 사장님보다 더 싼 가격에 고기를 판다면, 그들은 미련 없이 그곳으로 날아갈 겁니다. 사장님과 손님 사이에는 가격 말고는 아무런 유대감도, 신뢰도, 이야기도 없으니까요. 이건 브랜딩이 아니라, 그저 가격표만 존재하는 텅 빈 거래일 뿐입니다.”
그녀의 말은 계속됐다.
“마지막 셋째, ‘외부 환경에 대한 최악의 방어력’입니다. 얼마 전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던 뉴스 기억나시죠? 최저임금은 매년 오릅니다. 이런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일반 식당은 메뉴 가격을 조금 올리거나,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식으로 충격을 흡수할 ‘완충지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은요? 5%라는 살얼음 같은 이익률 위에서, 돼지고기 값이 10%만 올라도 가게는 곧바로 적자로 추락합니다. 사장님 모델은 외부의 작은 바람에도 맥없이 쓰러지는, 기초공사 부실의 건물과 같습니다.”
강의가 끝나자 나는 완전히 녹다운되었다. 그녀는 내 사업 모델에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절망적인 내 표정을 읽었는지, 그녀가 처음으로 조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아직 독이 완전히 깨진 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구멍을 막고, 실금을 메우면 됩니다.”
“어떻게… 어떻게 막을 수 있습니까?”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첫 번째 미션을 부여했다.
“가격을 올리세요.”
“네? 가…가격을요? 지금도 손님들이 싸다고 겨우 오는데, 가격을 올리면 다 떠나갈 겁니다!”
“그러니까 그게 미션입니다. 가격을 올리되, 손님들이 기꺼이 그 돈을 지불할, 거부할 수 없는 이유를 만드세요. ‘싸고 푸짐해서’가 아니라, 다른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손님들이 떠나갈까 봐 두려워 가격표 뒤에 숨는 사장님은 영원히 쳇바퀴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서 터질 것 같았다. 가격을 올리라니. 그것은 내 가게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만이 이 지옥 같은 쳇바퀴에서 탈출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이유… 그 이유를 어떻게 찾아야 합니까?”
그녀는 턱짓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길 건너편, 낡았지만 기품 있는 간판이 보였다. [명가 숯불갈비]. 동네에서 20년 넘게 성업 중인, 박 사장님의 가게였다.
“모든 해답은 언제나 당신 주변에 있습니다. 때로는 당신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가장 훌륭한 스승이 되기도 하죠. 가서 보시고, 느끼고, 훔치세요. 당신이 잃어버린 ‘약속’이라는 것을, 저 가게는 어떻게 20년 동안 지켜왔는지를요.”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가게를 나섰다. 유진은 계산하려는 나를 막아서며 말했다. “이 밥값은, 첫 번째 미션을 성공하고 나서 받겠습니다.”
가게 앞에 서서, 내가 직접 만든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무조건 퍼주는 고깃집].
어제까지는 나의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던 그 이름이, 오늘따라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무책임한 약속처럼 보였다. 나는 이제, 그 약속을 내 손으로 깨부숴야만 했다.
4화에서 계속......
레스토랑의 경영과 마케팅을 연구하고 희망을 스토리텔링합니다.
골목길 컨설턴트: ikjunj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