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

직업병일까. 나는 식당에 가면 메뉴판이나 인테리어보다 '이 식당은 왜 이 가격을 받을까?', '이 집이 고객에게 주려는 핵심 가치는 무엇일까?' 같은 질문을 먼저 던진다. 외식업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일이 아니라, 재료와 공간, 서비스와 철학이 응축된 '가치'를 파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 모든 질문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강력한 두 개의 단어가 있다.
'맛집'과 '착한 가게'다.
미디어와 플랫폼은 친절하게도 이 라벨을 여기저기 붙여준다. 소비자는 실패 없는 선택을 위해 그 라벨을 따라간다. 하지만 나는 이 두 단어가 오늘날 수많은 사장님을 옭아매는 가장 교묘한 '덫'이자 '굴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편리함을 넘어선 일종의 '폭력'이다.
먼저 '착한 가게'라는 말의 모순부터 짚어보자. 물가 상승에도 가격을 동결한 식당을 칭찬하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경제 현상이, 왜 '주인이 착하다'는 도덕적 훈장이 되어야 할까?
이 '착함'이라는 굴레는 위험하다.
첫째, '착한 가게'로 지정된 사장님은 '착함'이라는 감옥에 갇힌다. 그는 더 이상 가격을 올릴 수 없다. 원자재 값이 두 배로 뛰어도, 임대료 인상 통보를 받아도 '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가격을 올리는 순간, 그는 '착함을 포기한 변절자'가 된다. 그 '착함'이 오너의 희생과 노동력 착취, 혹은 품질 타협으로 유지되는 것이라면, 과연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둘째, 그 옆 가게는 졸지에 '나쁜 가게'가 된다. 10년째 3천 원짜리 칼국수를 파는 집이 방송을 타는 순간, 바로 옆에서 생존을 위해 500원을 올린 분식집은 '폭리를 취하는 나쁜 가게'로 낙인찍힌다. 정당한 재료비와 인건비, 합리적 이윤을 추구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착하지 않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가격은 '착하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가격은 '합리적이거나' '비합리적'일 뿐이며, 그 기준은 식당이 제공하는 총체적인 가치에 달려있다.
'맛집'이라는 프레임은 더 교묘하고 강력하다. '맛'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각의 영역이다. 하지만 방송과 플랫폼은 이 주관적인 경험을 '객관적인 사실'처럼 유포한다.
이 '맛집' 프레이밍은 식당의 본질을 파괴한다.
외식업의 가치는 맛, 서비스, 분위기, 청결, 일관성, 창의성, 스토리 등 복합적인 요소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맛집'이라는 단어는 이 모든 가치를 '맛' 하나로 납작하게 눌러버린다.
최고급 식재료로 본연의 맛을 살린 슴슴한 한정식집은, 치즈 폭포와 불 쇼로 무장한 '비주얼 맛집'에 밀려 '맛없는 집'이 되기 십상이다. 훌륭한 서비스와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는 식당의 가치는 '맛집' 리스트에서 쉽게 삭제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맛집'이 되는 순간 식당은 스스로 덫에 걸린다. 'OO 떡볶이 맛집'으로 소문나면, 셰프는 더 이상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수 없다. 그는 창의적인 요리사가 아니라 떡볶이 '공장장'이 되어야 한다. 몰려드는 손님에 서비스는 엉망이 되고, 기존 단골들은 떠나간다. '맛집'이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맛이 없어지는'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컨설팅 현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장님들은 한숨부터 쉰다.
"대표님 말은 다 맞죠. 그런데 어떡합니까? 고객들이 당장 'OO동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오는데. '우리는 맛집 아닙니다'라고 외면할 순 없잖아요."
정확한 지적이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이 오히려 코끼리를 떠올리게 하듯, '맛집'이라는 현실적인 검색 트렌드를 무시하고 생존할 수는 없다.
이것이 오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다. '맛집'이라는 덫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그 덫을 '이용'할 것인가?
나는 이것을 '투 트랙(Two-Track) 전략'이라 부른다. '맛집' 프레임으로 고객을 유인하되, '나만의 프레임'으로 고객을 전환시키는 것이다.
1단계: '맛집'으로 유인한다 (Acquisition)
고객의 언어를 써야 한다. 그들이 #OO맛집, #OO카페투어를 검색한다면, 우리도 그 키워드를 사용해 고객의 검색망에 걸려야 한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가시성 확보'다. 이 단계에서 '맛집'은 우리 가게의 정체성이 아니라, 고객을 문 앞까지 데려오는 '미끼'다.
2단계: '가치'로 전환시킨다 (Conversion)
이것이 승부처다. '맛집'이라는 미끼를 물고 들어온 고객에게는, 즉시 '맛집' 프레임을 지우고 '우리 가게만의 프레임'을 씌워야 한다.
손님이 "여기 맛집 맞죠?"라고 물을 때, "네, 맛집입니다"라고 답하는 대신, "저희는 매일 아침 완도에서 직송한 전복으로만 요리합니다"라고 답해야 한다.
플레이스 소개 글 첫 줄에 '방송 탄 맛집'이 아니라, '이 동네 유일의 정통 OOO 전문점'이라는 '카테고리'를 명시해야 한다.
고객이 식사를 마쳤을 때, '나 오늘 맛집 다녀왔다'가 아니라, '나 오늘 진짜 제대로 된 전복 요리 먹었어'라고 기억하게 만들어야 한다.
'맛집'을 검색했지만, '가치'를 발견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프레임을 역이용하는 방식이다.
'맛집'이라는 넓은 광장에서 1등 싸움을 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이 집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것이 '최고(Best)'가 아닌 '유일(Only)'의 가치다.
미디어가 정해준 '맛집'이 아니라, 당신의 고객이 기억하는 '나의 식당'으로 남기를. '착한 가게'라는 도덕적 훈장이 아니라, 당신의 철학에 기꺼이 제값을 지불하는 '단골의 신뢰'를 얻기를.
그것이 이 거대한 프레임의 폭력에서 벗어나, 존경받으며 롱런하는 유일한 길이다.
골목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