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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식당은 망한다'는 사장님께: 그건 '확증편향'입니다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10-26 08:41:53
  • 수정 2025-10-26 08: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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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목 좋은 곳'의 기준은 길거리가 아닌 '스마트폰'에 있습니다.

[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얼마 전 SNS에서 한 식당 사장님의 글을 봤습니다. "음식점은 역시 1층에서 해야 합니다. 2층에서 성공한 음식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어요." 오랫동안 외식업계에 종사하신 분의 '경험칙'이 묻어나는 글이었습니다.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1층은 고객의 눈에 잘 띄고, 접근성이 좋으며, '장사'의 기본처럼 여겨져 왔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주장을 읽으며, 컨설턴트로서의 직업의식이 발동하기 전에 인간으로서의 '논리적 의구심'부터 들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의 아주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 혹은 자신의 현재 상황(예: 1층에서 운영 중)을 정당화하는 증거만 선택적으로 수집하고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역시 1층이라 성공했어"라는 사례는 쉽게 찾고, "2층인데도 대박이 났네?"라는 사례는 애써 무시하거나 '예외'로 치부해버립니다.


오늘 저는 이 '1층 만능주의'라는 낡은 신화가 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지, 아니 오히려 '전략적 함정'일 수 있는지, 몇 가지 논리적 근거와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해보고자 합니다.



1. 첫 번째 반론: '1층'의 정의가 바뀌었습니다


그 사장님이 말씀하시는 '1층'은 '물리적 1층(Physical 1st Floor)'입니다. 길거리를 지나는 유동인구의 눈에 얼마나 잘 띄는가, 즉 '가시성(Visibility)'의 문제입니다. 20세기에는 이것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고객이 식당을 찾는 경로는 '거리'였으니까요.


하지만 21세기 고객은 '거리'에서 식당을 찾지 않습니다. 그들은 '소파'에 누워 식당을 찾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오늘날 진정한 '1층'은 우리 손안의 6인치짜리 스마트폰 화면입니다.


고객의 탐색 경로는 '걷다가 발견'이 아니라, '검색 후 방문'으로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1. 1. 고객은 인스타그램에서 '#을지로맛집'을 검색합니다.

  2. 2. 네이버 지도에 저장해 둔 '가고 싶은 곳' 리스트를 엽니다.

  3. 3. 리뷰와 사진을 비교 검토한 뒤, '찾아갈 곳'을 결정합니다.


자,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옵니다.


이 '디지털 1층(Digital 1st Floor)' 화면에서, 1층 가게의 사진과 5층 가게의 사진은 동등하게 경쟁합니다. 아니, 오히려 5층 가게가 1층의 비싼 임대료를 아껴 투자한 '압도적인 인테리어' 사진으로 고객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2층에서 성공한 집을 못 봤다"고요? 그 사장님의 눈에는 아마 '을지로'라는 상권 전체가 유령도시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을지로 상권은 간판도 없는 낡은 건물 3층, 4층에 '숨어있는' 가게들이 인스타그램이라는 '디지털 1층'을 통해 고객을 끌어모으며 형성된, '1층 신화'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증입니다.


1층 가게가 '지나가는 손님' 100명에게 노출될 때, 잘 기획된 3층 가게는 '검색하는 고객' 10,000명에게 노출됩니다. 누가 더 성공 확률이 높겠습니까?



2. 두 번째 반론: 1층의 '비용'은 1층의 '족쇄'입니다


그 사장님은 '1층'이라는 입지를 '성공의 필수재'로 보시지만, 저는 그것을 '가장 비싼 선택지'이자 '치명적인 기회비용'으로 봅니다. 1층의 살인적인 임대료는 공짜가 아닙니다. 그 비용은 어딘가에서 반드시 메워져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비용은 '고객'과 '사장님'이 함께 부담합니다.



  • 1층 가게의 딜레마:


    1. 1. 높은 임대료(예: 월 1,000만 원)를 감당하기 위해 음식 가격을 올려야 합니다.

    2. 2. 혹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식재료의 품질을 타협해야 합니다.

    3. 3. 혹은, 테이블을 빽빽하게 놓아 '회전율'을 극한으로 높여야 합니다. (고객 경험 하락)


이것은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 모르나, '성공'을 위한 현명한 전략은 아닙니다.


반면, '전략적으로' 2층을 선택한 사장님은 어떤 무기를 얻게 될까요? 1층과의 임대료 차액, 가령 월 500만 원이라는 '해방된 자본'을 얻습니다. 이 총알을 어디에 쓸까요?


  • 2층 가게의 전략:


    1. 1. '맛'에 투자합니다: 아낀 500만 원으로 더 좋은 품질의 한우, 더 신선한 채소를 씁니다.

    2. 2. '공간'에 투자합니다: 1층 15평과 같은 값으로 2층 30평을 얻어, 쾌적한 테이블 간격과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제공합니다.

    3. 3. '마케팅'에 투자합니다: 아낀 돈으로 '디지털 1층'(네이버, 인스타) 광고비를 집행해, '진짜 고객'에게 더 정밀하게 노출됩니다.


고객은 바보가 아닙니다. 1층의 '편의성'에 잠시 끌릴 순 있어도, 결국 '압도적인 가치(맛과 경험)'를 제공하는 2층으로 기꺼이 발걸음을 옮깁니다. 1층의 임대료는 '가치'를 갉아먹는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3. 세 번째 반론: '성공'의 증거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2층에서 성공한 집을 못 봤다"는 주장은, 현실을 조금만 둘러봐도 얼마나 편협한 시각인지 알 수 있습니다.


국내 사례: '핫플레이스'의 현실


성수동, 연남동, 한남동. 지금 가장 '뜨거운' 상권에서 가장 '힙한' 곳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1층 대로변의 프랜차이즈가 아닙니다. 빌라를 개조한 2층, 좁은 골목을 한참 들어가야 나오는 3층, 심지어 반 지하입니다. 이들은 '불편함'과 '찾아가는 즐거움' 자체를 브랜드 경험으로 설계했습니다.


'성공'의 기준을 '최고의 미식 경험'으로 높여볼까요?


롯데월드타워 81층의 '스테이', 부산 엘시티 99층의 '엑스더스카이'. 이들은 1층의 가시성을 완벽히 포기하는 대신 '하늘'이라는 압도적인 경험을 팝니다.


청담동의 수많은 파인 다이닝,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들은 어떻습니까? 대부분 오피스 빌딩 2~3층, 혹은 그 이상에 '간판도 없이' 숨어있습니다. 그들은 "지나가다 들르는 손님은 사양한다"는 듯, '예약한 목적 고객'만을 상대합니다.


해외 사례: '숨는 것'이 전략이다


외식의 정점이라는 도쿄 긴자를 보십시오. 전설적인 '스키야바시 지로' 본점은 화려한 1층이 아닌, 지하철역 지하상가에 있었습니다. 수많은 미슐랭 스시야들은 지금도 허름한 오피스 빌딩 7층, 8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들은 '간판'이 아닌 '셰프의 이름'으로 고객을 부릅니다.


뉴욕에서 시작된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 문화는 이 논리의 정점입니다. 핫도그 가게 공중전화 부스를 통해 입장하거나(PDT), 세탁소로 위장한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그들은 '가시성'을 포기한 것을 넘어, 아예 '은폐'합니다. 그리고 고객들은 이 '비밀스러운 경험'에 열광합니다.


이 모든 사례가 "2층이라서 성공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1층이 아니어도 성공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결론: 20세기의 '경험'이 21세기의 '눈'을 가릴 때


그 스레드의 사장님은 아마 본인의 경험에 지극히 충실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그 '경험'은 안타깝게도 '20세기 아날로그 시대'의 유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20세기의 성공 공식: 목 좋은 1층 + 가시성 + 유동인구 = 매출

  • 21세기의 성공 공식: 명확한 컨셉 + 압도적 가치 + 디지털 1층(검색/리뷰) = 방문


"2층에서 성공한 집을 못 봤다"는 주장은, "나는 요즘 고객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지 못했다" 혹은 "나는 1층이 아닌 곳에서 성공하기 위한 '다른 전략'을 모른다"는 자기 고백에 가깝습니다.


통계적으로도 소상공인 상권분석 데이터를 보면, '한식', '양식', '주점' 카테고리의 수많은 사업체가 2층 이상과 지하에서 버젓이 영업하며 생존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모두 망해가고 있다면, 그 자리는 이미 공실이 되었어야 마땅합니다.


더 이상 '층수'라는 물리적 한계에 당신의 전략을 가두지 마십시오. 당신의 경쟁자는 옆집 1층 가게가 아니라, 고객의 스마트폰 화면 속 수천 개의 다른 '대안'들입니다. 1층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며 '길거리'를 지배할 것인가, 아니면 그 비용을 아껴 '압도적인 가치'로 '스마트폰'을 지배할 것인가.


선택은 경영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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