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나는 외식 매장을 진단할 때 주방으로 직행하지 않는다. 대신 노트북을 펴고 엑셀(Excel)을 본다. 손님의 동선을 관찰하고, 평균 체류 시간을 측정하며, 재방문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많은 이들이 외식업을 ‘요리업’이라 정의하지만, 지난 30년간 공간과 상업 구조를 설계하며 내가 확인한 진실은 다르다. 외식업은 음식 사업이 아니라 ‘구조 설계 사업’이다. 나는 이 일련의 설계를 BXD(Business Experience Design, 비즈니스 경험 디자인)라 부른다.

외식 창업자의 80%는 ‘메뉴’에서 출발한다. "무엇을 팔 것인가", "얼마나 맛있게 만들 것인가"에 매몰된다. 하지만 사업의 성패는 그 다음 질문에서 갈린다. "얼마에 팔 것인가", "몇 번을 회전시킬 것인가", "과연 몇 년을 버틸 수 있는 구조인가."
메뉴 중심 사고는 오로지 제품(Product)에만 집중한다. 반면 BXD는 경험과 수익 구조(Experience + Revenue Architecture)를 동시에 설계한다. 실패하는 매장에는 명확한 공통점이 있다.
- 과도하게 많은 메뉴 수
- 표준화되지 않은 운영 프로세스
- 데이터 측정의 부재
- 매출 변동을 감당 못 하는 비대한 고정비 구조
이는 우연이 아니다. 치밀한 설계 없이 운영자의 ‘감각’과 ‘열정’만으로 창업했을 때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다.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을 휩쓴 오마카세 열풍은 외식 시장의 취약한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급 식재료와 셰프의 퍼포먼스로 인스타그램을 점령했지만, 그 이면의 구조는 위태로웠다. 매출이 줄어도 줄지 않는 고정비, 셰프 개인의 역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모델은 확장이 불가능한 노동집약 시스템일 뿐이다. 이는 요리의 실패가 아니라 비즈니스 아키텍처의 실패다.
영국의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의 몰락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천재적인 요리사였고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졌지만, 비효율적인 공급망과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는 수익 구조를 방치했다. 좋은 셰프가 반드시 좋은 경영자인 것은 아니다. 진정한 경영자는 요리사가 아니라 '가치사슬(Value Chain)'을 설계하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외식업을 단순한 장사가 아닌 시스템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레이어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 레이어 (Layer) | 핵심 요소 | 비고 |
| Business Layer | 고정비·변동비 구조, 손익분기점(BEP), CAC/LTV | 숫자가 흔들리면 감성은 지속될 수 없다. |
| Experience Layer | 방문 맥락(Context), 체류 동선, 재방문 트리거 | 맛은 경험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다. |
| Design Layer | 주방 처리량(Throughput), 메뉴 단순화, 조리 최적화 | 공간 밀도와 운영 효율의 극대화. |
이 세 층위가 맞물려 돌아갈 때, 외식업은 비로소 '가게'를 넘어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된다.
이제 외식업 창업자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 메뉴는 수익 구조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이 공간은 회전율을 어떻게 제어하는가?"
"이 브랜드는 어떤 맥락으로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는가?"
맛은 기본이다. 그러나 구조는 생존이다. 좋은 셰프는 훌륭한 요리를 만들지만, 위대한 경영자는 견고한 구조를 만든다. 이 둘이 분리되는 순간 매장에는 감성만 남고 현금흐름은 사라진다.
외식업은 예술이 아니라 공학이다. 이제 메뉴판을 덮고, 당신의 비즈니스 구조를 다시 설계(BXD)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