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여수 00식당’ 사태는 단순히 한 식당의 불친절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와 외식업계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수십 년 전통의 노포(老鋪)가 한순간에 ‘갑질 식당’의 오명을 쓰게 된 과정, 그리고 이어진 미숙한 해명과 사회적 비난. 이 일련의 사건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자기객관화의 부재’였다.
자기객관화란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능력, 즉 스스로를 비추는 ‘마음의 거울’을 갖는 것이다. 이 거울이 뿌옇게 흐려지면 ‘00식당’과 같은 독선적 장인이 탄생한다. “나는 원래 이렇다”, “우리 가게 방식이다”라는 자신만의 규칙에 갇혀, 변화한 시대와 고객의 눈높이를 읽지 못한다. 수십 년간 갈고닦은 손맛이라는 훌륭한 ‘콘텐츠’가 있었음에도, 그것을 담아내는 ‘태도’라는 그릇이 깨져버린 안타까운 경우다. 그들은 거울 보기를 거부하거나, 거울 속 낯선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자기객관화의 부족이 독선을 낳는다면, 그 과잉은 과연 미덕일까? 필자는 단언컨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과잉된 자기객관화는 가게의 철학을 좀먹고, 결국엔 주인을 잃은 ‘유령식당’을 만들 뿐이다.
‘유령식당’의 사장님은 너무 많은 거울을, 너무 자주 들여다본다. SNS와 평점 사이트를 전전하며 손님의 모든 반응에 일희일비한다. 유행하는 메뉴가 생기면 우르르 따라 하고, 부정적 리뷰 하나에 가게의 정체성을 통째로 흔든다. 모든 손님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결국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 가게를 시작했는지조차 잊어버린다.
이런 가게의 서비스는 친절을 ‘연기’하고, 음식은 개성을 잃는다. 뚜렷한 색깔과 철학이 사라진 공간에서 고객은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00식당’의 사장님이 자신의 거울을 보지 않았다면, ‘유령식당’의 사장님은 타인의 거울에 갇혀 길을 잃은 셈이다. 독선과 혼란, 이 둘은 결국 같은 실패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외식업의 리더들이 가져야 할 이상적인 거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바로 ‘줏대 있는 경청’이 가능한 거울이다. 자신의 철학과 소신이라는 굳건한 중심(줏대)을 지키되, 고객의 목소리라는 외부의 시선을 겸허히 받아들여 끊임없이 자신을 개선해나가는 태도다. 고객의 피드백은 나의 가치를 재단하는 평가서가 아니라, 더 나은 길로 가기 위한 ‘소중한 참고서’로 활용할 줄 아는 지혜다.
결국 우리가 기꺼이 지갑을 열고, 소중한 시간을 내어 찾아가는 식당은 ‘내 맘대로 식당’도, ‘줏대 없는 유령식당’도 아니다. 사장님이 자신의 거울을 맑게 닦아 당당히 들여다보되, 거울 속 모습이 고객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곳. 그리고 자신의 철학이라는 레시피 위에 고객의 목소리라는 최상의 조미료를 더할 줄 아는 곳이다.
사장님들, 오늘 당신의 거울은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