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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경영소설] 무한리필, 대박난 시한폭탄, 2화: 진상 손님, 그리고 원가율을 갉아먹는 그림자
  • 진익준 작가
  • 등록 2025-12-12 07: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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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리필 고깃집의 두 번째 저주, 바로 '진상 손님'이었다. 낮은 가격은 사람들을 관대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19,900원의 가치 이상을 뽑아내려는 본능적인 탐욕을 자극했다. 원가율 52%의 절반은 식자재로 사라지지만, 나머지 절반은 끓어오르는 분노와 스트레스로 채워졌다. 강민준은 매일 밤, 수십만 원을 날리는 진상 고객과의 전쟁을 벌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는 '착한 가게'의 가면을 벗고, 진상 고객을 우아하게 걸러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심한다." 




강민준은 주방 문을 열고 들어섰다. 40평에 달하는 주방은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홀 마감조는 퇴근했지만, 주방장 김성일 씨와 설거지 담당 박 여사님은 내일 장사를 위한 고기 해동과 재고 정리로 여념이 없었다.


“김 주방장님, 죄송해요. 오늘도 야근이시네요.” 민준이 미안함에 고개를 숙였다.


“괜찮습니다, 사장님. 그래도 고기가 안 나가면 더 걱정이죠. 그나저나… 오늘도 난리였죠?” 김성일 주방장이 굵은 팔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씁쓸하게 말했다.


오늘 난리란, 퇴근 직전 벌어진 일이었다.


50대 남성 네 명이 술에 취해 들어와 무한리필을 시켰다. 두 시간 제한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그들은 “왜 갈비 양념이 어제보다 묽냐”며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민준이 직접 나가 정중히 사과하며 환불을 제안했지만, 그들의 요구는 달랐다. “환불 말고, 양념 갈비 열 인분 더 포장해 줘. 고기 질이 이따위인데 이거라도 받아가야지.”


민준은 거절했다. 무한리필 메뉴는 포장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규정이었다. 실랑이는 30분 넘게 이어졌다. 결국, 그들은 테이블을 발로 차고, “이따위로 장사하면 곧 망한다”는 욕설을 퍼부은 뒤, 경찰 신고 직전에야 퇴장했다.

그들이 나간 후, 민준은 12번 테이블을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불판 위에 숯은 그대로 있었지만, 그릇에는 새까맣게 태운 삼겹살 덩어리와 양념 갈비가 한가득 담겨 있었다. 깨끗한 고기를 리필 받은 후, 일부러 태우거나 버려 '돈값'을 하고 나가는 행위. 이른바 '보복성 폐기'였다.


“오늘 폐기된 고기 양이 좀 많습니다. 저 테이블 것만 해도 족히 3~4인분은 될 겁니다.” 김 주방장이 들고 온 폐기장부를 보여주었다.


폐기 내역: 4.8kg (뷔페 포함)


이 4.8kg의 폐기는 곧 5만원이 넘는 순수 손실이었다. 민준이 파악한 통계에 따르면, 매일 평균 4kg 이상의 고기가 고객의 악의적이거나 부주의한 행위로 인해 버려지고 있었다.


민준은 다시 카운터로 돌아와 CCTV를 돌려봤다. 오늘 난리를 피운 12번 테이블 외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한 중년 여성은 샐러드바에서 양파와 버섯을 비닐봉투에 몰래 담아 가방에 넣고 있었다. 또 다른 가족 테이블에서는 테이블 위에 놓인 물티슈 롤 전체를 가방에 쑤셔 넣었다.


낮은 가격은 높은 기대치를 낳았다. '19,900원'을 낸 손님들은 '고기뿐만 아니라' 그들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원가율 52%의 저주는 단순히 식자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진상 고객을 응대하고, 파손된 집기를 수리하고, 넘치는 폐기를 감당하는 것은 고스란히 '노동력 낭비'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인건비 1,800만 원의 상당 부분이 고기 굽는 일이 아닌, '진상 관리'에 쓰이고 있었다.


민준은 지난밤 자신이 검색했던 글을 다시 떠올렸다.


<무한리필, 원가율 40%로 낮추는 마법의 솔루션>


솔루션은 간단했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그중 첫 번째는 '착한 가게 코스프레를 그만두는 것'이었다.


“강 주방장님, 내일부터 샐러드바에 있는 닭강정과 피자 코너 비중을 30% 줄이겠습니다.” 민준이 내부 인터폰을 들고 말했다.


“네? 손님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인데 갑자기요? 왜…?” 김 주방장은 당황했다.


“손님들이 좋아하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닭강정과 피자는 고기보다 원가율이 낮긴 하지만, 회전이 빠르지 않으면 폐기가 순식간에 늘어납니다. 게다가 그걸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고기를 적게 먹을까요? 아니요, 그들은 우리 가게를 '고기-뷔페'로 인식합니다. 우리는 고깃집이지, 뷔페가 아닙니다.


민준은 결심했다. 낮은 원가율에 기여하지 못하고 관리 비용만 높이는 '곁다리' 메뉴를 과감하게 정리해야 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두 번째 목표. '진상 손님을 우아하게 걸러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그는 노트북을 열어 매장 평면도를 띄웠다. 200평의 홀 중, 입구에서 가장 멀고 조용하며 코너에 위치한 구역. 평소에는 회전이 잘 안 되던 그 5개 테이블에 빨간색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래, 7억을 들인 이 인테리어를 조금 다르게 활용해야 해.'


그는 휴대폰 메모장에 새로운 전략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진상 필터링 전략 #1]


  • 프리미엄 존 설치. 5개 테이블에 'ㄱ'자형 칸막이 설치.

  • 이름: 'VIP 프리미엄 무한리필 존'.

  • 가격: 인당 2,000원 추가.

  • 제공 서비스: 불판 교체 횟수 무제한 & 프리미엄 식기 제공.


“진상들은 2,000원을 추가로 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조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가장 많이'를 원하기 때문이다.” 민준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 2,000원의 추가 금액은 단순한 수익 증대가 아니었다. '고객을 심리적으로 분리하는 필터'였다.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진상 고객의 밀도는 낮아지고, 직원들의 피로도는 줄어들며, '우리가 진정한 프리미엄 고기 무한리필 집'이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본사였다. 프랜차이즈 규정상 메뉴 가격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7억 원의 빚을 갚아줄 본사에 맞서야 하는 상황. 민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민준은 노트북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 건너편, '육미대왕'의 공사 현수막은 여전히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며칠 안으로 본사에 이 파격적인 시스템 변경을 요청해야 했다. 그는 '성공 스토리'를 깨는 '이단아'가 되기로 결심했다.






[2화] 경영 인사이트 (Behind the Scene)


💰 인사이트: '착한 가격'의 덫과 고객 선별의 중요성


  1. 진상 고객의 경제학: '무한리필'처럼 가격 민감도가 높은 저가 사업 모델은 필연적으로 '가격 대비 극대화된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을 끌어들입니다. 이들은 식자재뿐만 아니라 점주의 시간, 노동력, 심지어 집기까지도 최대한 활용하려 합니다. 낮은 가격은 '서비스에 대한 존중'을 낮추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2. 프리미엄 존의 역할: 주인공이 시도한 '가격 이원화와 공간 분리' 전략은 단순한 추가 수익 창출이 아닙니다. 이는 고객을 '자발적으로 선별'하게 만드는 '진상 필터' 역할을 합니다. 2,000원을 추가 지불할 의향이 있는 고객은 비록 무한리필을 이용하더라도 '합리적인 수준'의 소비와 에티켓을 기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폐기율의 중요성: 원가율 52% 중 폐기율이 차지하는 비중은 '관리 비용'과 직결됩니다. 뷔페 메뉴 축소는 폐기율을 낮춰 원가율을 직접적으로 개선할 뿐만 아니라, 닭강정과 같은 사이드 메뉴를 먹고 배를 채워 '진짜 원가'인 고기를 적게 먹는 '고객 전략'을 무력화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 다음 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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