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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경영소설] 무한리필, 대박난 시한폭탄, 3화: 본사의 태클과, 2,000원의 반란
  • 진익준 작가
  • 등록 2025-12-13 1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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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매출 1억 5천만 원을 찍는 '대박 점주'의 요청은 거절당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언제나 '시스템 유지'와 '획일화'를 외쳤고, 강민준의 혁신적인 2,000원 프리미엄 존 도입은 '규정 위반'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경쟁사 '육미대왕'의 오픈일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민준은 7억 빚을 갚기 위해 본사의 규정을 교묘하게 비틀어 '2,000원의 반란'을 시작한다. 이단아가 된 사장과, 시스템을 지키려는 본사와의 숨 막히는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 소설로 배우는 식당경영: 무한리필, 대박난 시한폭탄



다음 날 아침 10시. 강민준은 본사 영업관리팀 이사에게 보낼 메일의 '전송' 버튼 앞에서 망설였다.


메일의 내용은 간단했다. '매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홀 서비스 업그레이드 및 가격 정책 변경 요청의 건.'


핵심은 두 가지였다. 첫째, 닭강정과 피자 등 곁다리 뷔페 메뉴의 종류를 30% 축소하겠다. 둘째, 홀 구역 중 5개 테이블을 '프리미엄 존'으로 지정하고, 해당 테이블 이용 시 인당 2,000원의 '추가 서비스 비용'을 청구하겠다.


민준은 자신이 성공 사례로 본사에 수백 번 홍보된 점주라는 사실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30분 만에 산산조각 났다.


띠링. 이사에게서 답장이 왔다. 내용은 단 두 줄.


죄송하지만, 가맹 계약서 제15조(메뉴 및 가격의 획일성 유지)에 따라 불가합니다. 현행 시스템을 유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칫.” 민준은 혀를 찼다. 프랜차이즈는 개별 점주의 '대박'을 원하지만, 그 '대박'이 본사가 정한 시스템을 벗어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시스템이 무너지면, 600개 가맹점 전체가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사의 목적은 가맹점주의 성공이 아니라, 시스템의 안정적인 유지 그 자체였다.


민준은 메일을 읽고 잠시 눈을 감았다. 포기할 수는 없었다. 길 건너 육미대왕의 간판은 이미 설치가 완료되었다. 그들이 오픈하는 순간, 민준의 1억 5천만 원 매출은 절반 이하로 쪼개질 것이고, 그는 월 100만 원짜리 적자 사장이 될 터였다.


그는 다시 가맹 계약서 제15조를 펼쳐봤다.


제15조(메뉴 및 가격의 획일성 유지): 가맹점주는 본사가 정한 메뉴 및 가격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추가할 수 없다. 단, 본사가 제공하는 '추가 서비스 품목'에 한하여 본사의 승인 하에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추가 서비스 품목.' 민준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고기는 안 되지만, 서비스는 된다. 그는 곧바로 본사 홈페이지의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했다. 그곳에는 가맹점주들이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홀 비품'들이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프리미엄 메탈 불판'이었다. 기존의 주철 불판보다 열효율이 좋고 고기가 덜 눌어붙어 직원들이 자주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가격은 개당 7만 원.


민준은 즉시 5개 테이블에 사용할 5개의 불판을 주문했다. 그리고 김 주방장을 호출했다.


“주방장님. 내일 당장 샐러드바의 치킨과 떡볶이 품목을 없애고, 양파, 버섯, 고추 등 기본 야채 리필 코너를 두 배로 늘려주세요.”


“사장님, 본사에서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김 주방장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메뉴 변경이 아니라, '재고 효율화'입니다. 본사에 '재고 관리 용이성을 위한 임시 조치'로 보고할 겁니다. 그리고… 이 5개의 테이블을 손볼 겁니다.”


민준은 주문한 프리미엄 메탈 불판을 꺼내 들었다.


“우리는 2,000원을 받는 게 아닙니다. 이 테이블에는 본사의 '추가 서비스 품목'인 '메탈 불판 이용료'를 받는 겁니다. 이 불판은 고기가 잘 안 눌어붙으니, 직원들의 잦은 불판 교체 노동력을 아낄 수 있는 '특별한 장치'라고 홍보할 겁니다.”


그의 논리는 이랬다.


  1. - 메뉴 변경은 아님: 무한리필 품목 자체는 유지. 다만 뷔페 메뉴는 '임시 축소'로 포장.


  2. - 가격 추가가 아님: 무한리필 가격(19,900원)은 그대로. 추가되는 2,000원은 '특수 비품(불판) 사용료'라는 '추가 서비스 품목' 이용료.


  3. - 목표 달성: 2,000원 추가 비용으로 진상 필터링 및 수익성 개선 목표 달성.


그날 밤, 민준은 5개 테이블 주변에 나무 가벽을 임시로 설치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작은 안내 문구를 세웠다.


[✨ 프리미엄 메탈 불판 존 (별도 요금 2,000원/인)]

자주 불판을 교체할 필요 없는 특별한 식사 경험을 누리세요.


다음 날 저녁 피크 타임. 손님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뭐야, 2,000원 더 받네? 옆 테이블이랑 똑같은 고기 먹는데 차별하는 거 아냐?” (퇴장) “와, 드디어 생겼네. 애들 데리고 오면 불판 갈아달라는 소리만 수십 번인데, 2천 원 내고 편하게 먹을게.” (입장)


'2,000원의 반란'은 시작되었다. 5개 테이블의 회전율은 일반 테이블보다 약간 낮았지만, 그 테이블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직원들은 불판 교체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고, 무엇보다 큰 소리로 불만을 토로하는 진상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첫날, 프리미엄 존에서 벌어들인 추가 수익은 4만 8천 원. 금액 자체는 작았지만, 민준은 이 2,000원이 벌어다 준 '정신적인 평화'와 '원가율 안정화'의 가능성을 보았다.


하지만 본사 영업관리팀 이사의 전화는 곧바로 걸려왔다.


“강민준 사장님! 지금 본사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그 메탈 불판은 '선택 구매' 품목이지 '의무 유료 서비스 품목'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유료 요금을 철회하세요!”


민준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이사님. 저는 규정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저희 가게는 지금 월 1억 5천을 올리는 모범 점주입니다. 제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개발한 이 '작은 유료 서비스'가 규정에 저촉된다면, 계약서를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시스템을 멈출 수 없습니다. 곧 길 건너에 대형 경쟁사가 들어옵니다. 저를 망하게 하고 싶으신 게 아니라면, 이틀만 지켜봐 주십시오.


전화가 끊긴 후, 민준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틀의 유예 기간. 그는 이 짧은 시간 안에 이 '2,000원의 반란'이 얼마나 강력한 수익 개선책인지 본사에 증명해야 했다. 그의 손이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제 두 번째 혁신 전략, '프리미엄 사이드 유료화'를 준비해야 할 때였다.





[3화] 경영 인사이트 (Behind the Scene)


💰 인사이트: 프랜차이즈 규정의 틈새와 '서비스 가격화'


  1. 1. 프랜차이즈의 딜레마: 프랜차이즈 본사는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여 브랜드 가치를 지키려는 목표가 최우선입니다. 이는 개별 점주의 혁신을 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이 틈을 '규정 해석의 유연성'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메뉴 가격은 못 건드리지만, '추가 서비스 품목'을 활용하여 사실상의 가격 인상(고객 선별) 효과를 냈습니다.


  2. 2. 2,000원의 가치: 이 2,000원은 단순한 수익이 아닙니다. 이 금액은 '진상 고객이 지불하기 싫어하는 심리적 장벽'이자, '충성 고객에게 주는 편리함의 대가'입니다. 이로써 홀 직원의 노동 강도가 줄어들고, 정신적 피로도가 낮아져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3. 3. 경영자의 역할: 위기에 처했을 때 경영자는 본사의 규정이나 시장의 관습에 순응하기보다, 계약서와 시장 상황을 철저히 분석하여 '틈새 전략'을 찾아내야 합니다. 주인공은 본사의 통제 아래 놓인 '시스템의 노예'에서, 시스템을 활용하는 '전략가'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 다음 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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