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키트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후, 강민준의 가게는 안정 궤도에 들어섰다. 월 임대료 800만 원은 더 이상 괴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새벽에 발생하는 순수익 750만 원이 그의 다음 전략을 위한 든든한 '전쟁 자금'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길 건너 육미대왕의 기세는 여전히 무서웠다. 18,900원이라는 저가 공세는 인근 대학생과 가족 단위 고객들을 꾸준히 흡수하고 있었다. 육미대왕의 매출은 민준의 가게보다 높을지 몰라도, 민준은 그들이 '원가율 55% 이상의 지옥'에 갇혀 있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전략은 '버티기'였다. 민준의 가게가 망해 상권을 독점할 때까지 버티는 것.
"이제 우리가 공격할 차례야." 민준이 홀 매니저에게 말했다. "가격을 낮추지 않고, 고객들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민준의 공격 전략은 '1,000원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는 밀키트 수익으로 확보한 마케팅 자금 300만 원을 모두 쏟아부었다. 옥외광고, 배달 앱 상단 배너, 그리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동시에 광고가 걸렸다.
광고의 내용은 도발적이었다.
[광고] 18,900원 vs. 19,900원. 당신의 1,000원은 어디로 갔습니까?
'육미대왕'에서 1,000원을 아낀다고 생각하셨습니까? 그 1,000원은 '재고 관리 실패'와 '서비스 직원 인건비 삭감'으로 사라집니다.
저희 'L.A.갈비 무한리필'은 프리미엄 메탈 불판, 숙성 고기 품질 그리고 안전한 서비스에 투자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1,000원이 아닌, 당신이 먹는 고기에 투자하세요.
소설로 배우는 식당경영: 무한리필, 대박난 시한폭탄
광고의 핵심은 투명성이었다. 무한리필이라는 고위험 시스템의 '원가 구조'를 소비자에게 노출하는 방식이었다. 민준은 자신의 가게가 원가율 49.5%를 달성했음을 은연중에 강조하며, 육미대왕의 저가 정책이 곧 '저품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암시했다.
광고가 나간 후,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저가 경쟁에 익숙했던 고객들은 '1,000원의 진실'이라는 논리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 고객이 카운터에 와서 물었다. "사장님, 정말로 1,000원 싼 게 품질이 안 좋아서 그런 거예요?"
민준은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는 5,000원짜리 막국수를 유료로 전환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막국수 팔아 돈 벌려구요? 아닙니다. 그 시간에 주방장님이 고기 숙성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손님, 드셔보시고 판단하십시오."
막국수 유료화와 2,000원 프리미엄 존을 통해 확보한 '가치 경쟁력'이 마침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젊은 소비자층은 민준의 '데이터 기반의 투명 경영'에 열광했다. '사장님이 직접 원가 구조를 설명해준다'는 것은 곧 그만큼 자신의 가게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주말 저녁 피크타임.
민준의 가게 앞 대기 줄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했다. 육미대왕의 대기 줄도 여전히 길었지만, 민준의 가게로 오는 고객들은 육미대왕 앞에서 '1,000원을 아낄까, 아니면 퀄리티를 지킬까' 잠시 망설이는 듯 보였다. 그리고 많은 고객이 민준의 가게를 선택했다. 프리미엄 메탈 불판 존은 대기가 생길 정도로 인기였다.
이날 민준의 가게 매출은 육미대왕 오픈 이후 처음으로 450만 원을 기록하며 하락세에서 벗어나 반등했다.
며칠 후, 민준은 배달 앱에 올라온 육미대왕의 리뷰를 확인했다. 평점은 3.5점.
'고기는 싼 맛에 먹겠는데, 불판 좀 자주 갈아줘요. 알바생들 힘들어 죽으려 함.'
'고기 맛은 쏘쏘. 뷔페 메뉴가 부실해요. 닭강정 상태가 좀…'
육미대왕은 18,900원을 유지하기 위해 인건비와 폐기 관리를 포기하고 있었고, 그 결과가 고객 서비스 품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민준이 겪었던 '고정비 지옥'의 악순환에 그들이 빠진 것이다.
육미대왕이 출혈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가격을 올리거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어느 쪽이든 민준에게는 승리였다.
그날 밤, 민준은 200평의 홀을 훑어봤다. 7억의 빚과 1,800만 원의 인건비, 52%의 원가율. 이 모든 숫자가 그를 짓눌렀던 '시한폭탄'이었다.
이제 빚은 절반으로 줄었고, 인건비는 효율적인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바뀌었으며, 원가율은 49.5% 아래로 안정화되었다. 특히 밀키트라는 새로운 수익 파이프는 그에게 '자유'를 가져다주었다.
민준은 카운터에 기대앉아 박 이사에게 보낼 메일을 작성했다.
제목: R&D 테스트 베드 최종 보고 및 다음 단계 제안
1. '2,000원 프리미엄 존' 시스템 전체 가맹점 확산 제안. 2. '밀키트 투고' 시스템 본사 차원 물류 및 마케팅 지원 요청. 3. 'L.A.갈비 무한리필' 브랜드의 가격 정체성을 20,900원으로 상향 조정 제안.
가격 상향 조정은 마지막 도박이었다. 이는 1,000원 싸움에서 완전히 벗어나 '프리미엄 무한리필'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선점하겠다는 그의 최종 목표였다. 그는 이제 시스템의 노예가 아닌,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이끄는 전략가로서 당당하게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8화] 경영 인사이트 (Behind the Scene)
💰 인사이트: 가격 민감도를 넘어서는 '투명성 마케팅'
1. 가격 공세의 약점 노출: 육미대왕의 1,000원 공세는 '가격 민감도'를 활용한 쉬운 전략이지만, '시스템의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민준은 이 약점, 즉 '저가 유지의 대가는 저품질 서비스와 직원 노동력 착취'임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노출했습니다.
2. 데이터 기반의 설득: 광고는 '우리는 1,000원을 고품질에 투자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고객들에게 1,000원의 가치를 가격(Price)이 아닌 비용(Cost)과 가치(Value)의 관점에서 판단하도록 유도했습니다.
3. 브랜드 정체성 재정립: 최종적으로 20,900원으로 가격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제안은, 브랜드를 '가장 저렴한' 카테고리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품질 좋은' 카테고리로 완전히 옮기겠다는 선언입니다. 경쟁자의 전략과 무관하게, 스스로의 마진을 확보하고 브랜드 포지셔닝을 지배하겠다는 경영자로서의 최종 판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