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의 가게는 1년을 버티지 못하는가?
지금 외식업계에는 유령이 하나 떠돌고 있다. '유행'이라는 이름의 유령이다. 이 유령에 홀린 사장들은 너도나도 비슷한 옷(인테리어)을 입고, 비슷한 주문(메뉴)을 외우며, 비슷한 춤(마케팅)을 춘다. 그렇게 얼마간은 손님들의 박수를 받는 듯 보인다. 하지만 파티는 짧고, 숙취는 길지 않던가? 유행이라는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텅 빈 객석과 투자비라는 상처만 남기 일쑤다.
모두가 똑같은 춤을 추니 손님들은 누가 누구인지 분간할 수 없다. 어제는 이 집이 신선해 보였는데, 오늘은 저 집이 더 반짝거린다. 이런 상황에서 인테리어 수명을 3년만 잡아도 다행이라 말한다. 이건 정상적인 경영이 아니라, 제 살을 깎아 먹는 '출혈 경쟁'에 가깝다.
자,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하면 다음 유행을 따라잡을까?"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 끝없는 뜀바퀴에서 우아하게 내려올 수 있을까?" 이것이 우리가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이다. 과연 시간을 이겨내는 디자인, 세월의 풍파에도 굳건히 버티는 가게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첫 번째 열쇠: 감각의 교향곡을 지휘하라
코카콜라 병을 한번 떠올려 보라. 눈을 감고도, 심지어 깨진 병 조각만 만져도 우리는 그것이 코카콜라 병임을 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떻게 이런 강력한 힘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조영식의 책 《시간을 이긴 디자인》에 따르면 그 비밀은 바로 '공감각(synesthesia)'에 있다. 인간은 눈으로만 보지 않는다. 온몸의 감각을 총동원해 대상을 입체적으로 인식한다. 코카콜라 병의 서늘한 촉감, 손에 착 감기는 곡선, 톡 쏘는 탄산의 기억이 뒤섞여 '코카콜라'라는 강력한 원형(Archetype)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지점에서 외식업은 축복받은 업종이다. 형태(시각), 소리(청각), 냄새(후각), 질감(촉각), 맛(미각)이라는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를 쓸 수 있는 무대이니까. 단순히 '예쁜' 가게를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손님의 모든 감각에 말을 걸어, 가게의 문을 나서는 순간 하나의 완결된 경험과 기억을 선물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원형'을 구축하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코카콜라가 시대에 맞춰 로고 서체를 미세하게 다듬듯, 이 원형을 시대의 호흡에 맞게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두 번째 열쇠: 판 자체를 바꿔라
하지만 강력한 감각적 경험만으로는 2% 부족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판 자체를 뒤엎는 '의미의 혁신'이 필요하다.
여기 두 가지 기막힌 사례가 있다. 레고(LEGO)를 보라. 수십 년간 화려하고 복잡한 장난감들이 명멸했지만, 이 단순한 플라스틱 블록은 왜 아직도 건재할까? 레고는 '장난감'을 판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팔았기 때문이다. 너무나 단순했기에 아이들은 그 안에서 무한한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다. 레고는 장난감 시장의 경쟁자가 아니라, '상상력 발전소'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창시자가 된 것이다.
스와치(Swatch)는 어떤가? 스위스 시계 산업이 '정확성'이라는 신화에 갇혀 고사 직전일 때, 스와치는 "시계가 꼭 정확하고 비쌀 필요가 있나?"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시계를 '시간을 알려주는 정밀기계'에서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 액세서리'로 바꿔버렸다. 시계의 의미를 재정의함으로써, 그들은 스스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그 시장의 지배자가 되었다.
이제 우리 차례다. 당신의 가게는 더 이상 '음식점'이어서는 안 된다. 레고와 스와치처럼, 사람들이 가진 '음식점'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숴야 한다. 당신은 무엇을 팔고 있는가? 단순히 허기를 채울 음식을 파는가? 아니면 친구와 편안하게 수다를 떨 '공간'을 파는가? 셰프의 철학에 대한 '믿음'을 파는가? 혹은 건강한 삶을 위한 '신선함'을 파는가?
'시간을 이긴 디자인'이란 결국 '의미를 혁신한 디자인'이다. 남들이 모두 A를 이야기할 때, "왜 A여야만 하는가?"라고 묻고 B라는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용기다. 기술은 금방 따라잡히고, 유행은 바람처럼 스쳐 간다. 하지만 우리가 창조한 새로운 의미, 새로운 카테고리는 쉬이 복제할 수 없다.
그러니 이제 낡은 유행의 옷을 벗어 던져라. 당신의 가게가 손님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길 바라는지 먼저 정의하라. 그것이 바로, 지겨운 뜀바퀴를 멈추고 자신만의 길을 유유히 걸어가는 '시간을 이기는 가게'의 시작이다.